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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김상조의 혁명론

opinionX 2017. 12. 18. 11:16

혁명은 덧없는 것인가. 1789년 7월 프랑스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고 파리를 점령했다. 루이 16세가 국민 의회를 무력으로 해산하려 한다는 소식에 들고 일어난 것이다. 프랑스 혁명의 시작이다. 당시 프랑스 경제가 어려워지자 시민들은 루이16세의 무능과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서는 굶주린 시민들이 ‘빵을 달라’고 하자 ‘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새정부의 공정경쟁 정책방향과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혁명의 주역은 막시밀리앙 로베스피에르, 장폴 마라, 조르주 당통 등 급진세력이었다. 이들은 루이 16세를 폐위시키고 공화정을 수립했다. 왕에 대한 동정론도 있었으나 로베스피에르는 “왕이 죽지 않으면 혁명이 죽는다”며 단두대로 보냈다. 마리 앙투아네트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어 혁명세력 간 틈이 벌어지며 마라와 당통도 암살되거나 단두대에 올랐다. 로베스피에르는 “사악한 반혁명 분자들을 없애야 한다”고 외쳤다.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는 완벽한 혁명을 꿈꾸었으나 오히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그에게 등을 돌렸다. 로베스피에르는 제거 대상이 됐다. 그는 오전에 사형선고를 받고 즉시 단두대로 끌려갔다. 사형선고 뒤 며칠간의 자비도 베풀어지지 않았다. 이후 프랑스는 혼란에 빠져들었고, 전쟁영웅인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혁명 이전 시대로의 회귀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가수 알 스튜어트(Al Stewart)가 프랑스 혁명을 주제로 <베르사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이라는 노래를 1978년 발표했다. ‘왜 당신은 혁명의 그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가/ 당신의 시간은 바람 속에 흘러가 버리고/ 외롭게 베르사유 궁전 사이로/그 물음만 퍼지네.’ 프랑스 혁명의 서사이자 미완성에 대한 탄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송년간담회에서 “휴대전화 컬러링을 내년 1월부터는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바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로베스피에르가 아니며 뚜벅뚜벅 점진적 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재벌개혁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재벌개혁은 반동을 부르는 혁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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