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반 칼럼

[여적]남북 태권도 통합

opinionX 2018. 11. 5. 10:28

남북한의 태권도는 체계와 수련 방법이 흡사하지만 다른 점도 꽤 있다. 우선 용어가 다르다. 한국에서 ‘품새’라고 부르는 기본동작을 북한에서는 ‘틀’이라고 한다. 한국의 ‘겨루기’도 북한에서는 ‘맞서기’라고 한다. 내용에서도 차이가 있다. 겨루기에서는 공격이 완전히 몸에 닿아야 포인트가 인정되지만, 맞서기 규칙은 몸에 닿기 직전 공격을 멈추도록 하고 있다. 한국에선 손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것이 금지되는 반면 북한에서는 얼굴 공격이 가능한 것도 다르다. 북한 태권도에서는 보호대가 없고, 가격을 위해 장갑과 신발을 착용한다. 한국 태권도가 발 기술 위주로 화려한 반면 북한은 실전을 방불케 한다. 한국 태권도가 스포츠에 가깝다면 북한 태권도는 격투기 성격이 짙다.

하지만 남북 태권도의 이런 차이가 본질적이라고 할 것은 아니다. 태권도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박희(택견)에 대한 고려시대 기록을 보면 당시에도 택견에 무예와 스포츠 두 가지 성격이 모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고려사는 “이의민이 맨주먹으로 기둥을 치니 서까래가 움직였고, 두경승이 주먹으로 벽을 치니 주먹이 벽을 뚫고 나갔다”고 적고 있다. 무신정권을 이끌었던 두 사람이 모두 택견의 고수였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의민이 택견을 잘해 승진했다거나, 문신과 무신이 단체로 겨루기를 했다는 기록도 있다. 승부를 가리기 위한 규칙이 있었다는 말이다. 택견은 화약 발명 후 신무기가 등장하는 고려말에 이르면 무술로서의 가치가 쇠퇴한다. 결국 택견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무예도, 스포츠도 되었던 셈이다. 지금 남북 태권도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남북 태권도가 다른 길을 걷게 된 것은 육군 소장 출신으로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설한 고 최홍희씨의 캐나다 망명 이후다. 망명한 최씨가 북한에 태권도를 보급하자 박정희 정권은 고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앞세워 세계태권도연맹(WTF)을 설립했고, 이후 두 단체가 세계 태권도계를 양분해왔다. 지난 2일 두 단체의 대표자들이 평양에서 만나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민족의 무예인 태권도가 통일을 선도한다니 의미가 각별하다. 남북이 동질성을 회복해야 할 것이 태권도뿐이 아니다.

<이중근 논설위원>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