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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단일화 무효표

opinionX 2018. 5. 30. 13:55

초접전 양상으로 진행된 2010년 6·2 지방선거는 후보 단일화를 놓고 여러 뒷말을 남겼다. 진보신당을 대표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노회찬은 야권 단일화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호되게 비판받았다. 그가 얻은 14만여표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에게 갔으면 한 후보가 2만6000표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었다. 하지만 같은 당 경기지사 후보로 출마한 심상정은 투표일 전날 사퇴하고도 패배 책임론에 시달려야 했다. 야권 단일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가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에게 19만여표 차로 패배하고, 부재자 투표에서 심 후보를 찍은 무효표가 많이 나오자 심 후보의 사퇴가 너무 늦었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4년 후 경기지사 선거 결과는 야권에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무효표가 15만표로 새누리당 남경필,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 간 당락을 가른 4만2000표보다 세 배 많았던 것이다. 무효표의 상당수가 투표일 사흘 전 사퇴한 통합진보당 백현종 후보를 찍은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투표용지에는 백 후보 이름이 그대로 찍혀 있었다.

‘무효표의 저주’는 2014년 7·30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욱 확실히 재현됐다. 야권단일후보인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900여표 차로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게 졌다. 그런데 무효표가 1400여표였고, 상당수가 투표일 6일 전에 사퇴한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찍은 것으로 추정됐다. 직전 총선 때 같은 지역구 무효표가 500표였다. 무효표가 당락을 뒤바꾸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6·1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가 29일로 끝났다. 이젠 단일화에 성공해도 본투표 용지에는 ‘사퇴’ 표기 없이 후보자 이름이 다 인쇄된 채 나온다. 지지율에서 크게 뒤지는 야권이 여기저기서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7일까지 단일화하면 사전투표에서는 무효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너무 늦지 않게 단일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무효표들이 진짜 후보의 사퇴 사실을 모르고 찍었겠냐는 반문도 만만치 않다. 단일화 자체보다 단일화의 명분을 세워 유권자를 설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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