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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립대학 등록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상위권이다.

‘2019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비회원국 9개국 포함, 46개국 대상 조사에서 2018학년도 한국 사립대학의 연평균 등록금(학부 기준)은 8760달러로, 4위였다. 그나마 2016학년도 3위, 이전엔 오랫동안 2위를 지키던 것에 비하면 다소 낮아진 것이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록금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2009년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며 오랫동안 꽁꽁 묶었는데도 여전히 높다. 지난달 실시된 등록금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90%가 넘는 응답자가 등록금이 “매우 부담” 또는 “약간 부담된다”고 했다. 대학생 36%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거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많은 돈을 들여 대학에 갈 필요성은 있는 걸까. 한국 대학교육의 평판이 객관적으론 그리 높은 것 같지 않다. 세계 100위권에 드는 한국 대학이 드물고, 노벨상 시상 때마다 해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하는 한국 대학교육 경쟁력은 2011년 59개국 중 39위에서 2017년 63개국 중 53위로 떨어졌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것 같지 않은데도 한국 청년들은 일단 대학 졸업장을 따놓는다. 안 갈 경우 낙인찍히고 손해볼까 두려워서다. 2018년 국내 25~34세 청년의 고등교육(전문대 이상) 이수율은 69.6%로, OECD 평균(44.3%)보다 훨씬 높다. 줄곧 OECD 1위다.

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교육부에 ‘국가장학금Ⅱ 유형’ 참여 조건인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불가 방침으로 답했다. 문제를 제대로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 학벌체제가 굳건해 대학 졸업장의 학교명이 결정된 이상, 학생도 교수도 굳이 열심히 가르치고 배워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정부 또한 고등교육 투자도, 큰 그림도 없이 뒷짐지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식 학력 인플레가 대학원으로 옮겨붙을 조짐도 농후하다. 왜? 가성비가 뚜렷하니까. ‘2018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학사 초임은 227만여원, 석사 초임은 350만여원, 박사 초임은 561만여원이었다. 전체 사회를 위한 가성비는 어떨까.

<송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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