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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위는 안방 문고리로 왔다. 세수한 뒤 문고리를 잡으면 자석에 못 달라붙듯 손이 쩍 달라붙었다. 수분이 차가운 물체에 닿아 얼어서 접착제 역할을 한 것인데, 짜릿한 느낌에 장난을 치다 피부가 찢어진 적도 있다. 어제 서울 기온이 영하 14도였다. 올겨울 처음으로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체감온도는 서울이 영하 25도, 태백은 30도였다. 체감온도가 영하 24~32도엔 단시간 내 노출피부가 동상을 입는다고 하니 야외활동을 삼갈 일이다. 특히 저체온증을 주의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집계 결과 최근 1개월여 사이에 저체온증 환자가 167명 발생했으며 이 중 6명이 숨졌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음주 상태였다. 1주일가량 지속될 이번 추위 기간만이라도 금주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이번 추위는 역대 기록에 비하면 추위 축에도 못 낀다. 서울만 해도 1927년 12월31일엔 영하 23.1도였다. 남한 역대 최저기온은 1961년 1월5일 양평의 영하 32.6도이다. 러시아 오미야콘 마을은 가장 추운 인간 거주지로, 영하 71.4도까지 내려갔다. 물을 뿌리면 땅에 떨어지기 전에 허공에서 얼고, 동사 사고도 잦다고 한다. 이런 한파를 가장 원망한 사람은 아마 나폴레옹일 것이다. 러시아 침공 때 동장군 탓에 병사 수십만명이 얼어죽었기 때문이다. 영하 38도의 추위에 4일간 병사 4만명을 잃는 등 55만2000명 가운데 겨우 1600명만이 프랑스로 살아 돌아왔다.
세대별 마음의 온도_경향DB
공교롭게도 한국인의 ‘마음의 온도’는 이미 영하 14도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해 1000명에게 ‘심리적 체감온도’를 묻는 아웃도어 업체 네파의 설문조사 결과 전체 평균이 영하 14도였다. 세대별로는 취업준비생 그룹이 영하 17도로 가장 춥다고 느끼고 있었다. 문제는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압도적(79%)이었다는 점이다. 이번 추위는 1주일쯤 견디면 되지만 심리적 추위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 설문조사 응답자들은 주변에서 감동적인 일을 접할 때 마음의 온도가 높아졌다고 답했다. 어제 출근길에 환경미화원들에게 따뜻한 차나 커피를 내주는 시민이 평소보다 많았던 것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야말로 차가워져 가는 공동체를 녹여주는 난로들 아닌가 싶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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