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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반기문과 기자

opinionX 2017. 1. 20. 11:21

기자와 정치인은 가까이하기도 멀리하기도 어려운 관계다. 뉴스를 원하는 기자와 시민의 주목을 원하는 정치인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다. 하지만 뉴스를 원하는 기자와 유리한 뉴스만 원하는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는 ㅂ없다. 그런데 이런 직업적 속성을 오해하는 정치인과 기자가 없지 않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제 기자들을 가리켜 “나쁜 놈들”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이제 내가 답변을 안 하겠다”고도 했다. 기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반복 질문하자 거칠게 불쾌감을 피력한 것이다. 이것이 과연 대선주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시민들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그의 입장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올바른 용단”(합의 직후)→“궁극적 완벽한 합의는 피해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는 수준이 돼야 한다”(1주일 전 귀국)→“어느 정도 합의의 기틀은 잡힌 것”(18일 발언)으로 말을 계속 바꾸었다. 기자들이 물어보는 것은 당연하고, 반 전 총장은 답할 책무가 있다. 그런 과정은 시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기회도 된다. 언론의 검증을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는 것은 대선주자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귀국 1주일여 동안 그의 대선행보는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중에는 지하철 발권기 2만원 넣기 등 국내 생활 방식에 생소한 데서 비롯된 사소한 실수가 많다. 퇴주잔 논란 등 음해성 사건도 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그제 조선대 강연이 대표적이다. 그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저도 좋은 호텔에서 지내다가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온돌방에서 잠을 자는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 일 없으면 자원봉사라도 하라”고도 했다. 만성 실업에 시달리는 ‘헬조선’ 청년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그는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일이 해명했다. 표 끊을 줄도 모르면서 정치적 관심을 얻으려고 퇴근 시간대에 전철을 탄 무리한 ‘서민 코스프레’는 돌아보지 않고, 이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통합’한다는 지도자상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 물정을 좀 더 익힌 뒤 대선에 나오는 게 좋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올 만하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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