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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보잉 737 맥스

opinionX 2019. 3. 13. 11:21

비행기 하면 보잉사의 ‘점보’ B747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1973년 대한항공이 태평양 노선에 투입한 이래 한국인이 가장 많이 탄 기종, 그리고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나 유럽의 다른 항공사를 누르고 보잉의 오늘이 있게 한 기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보잉의 상승세도 1970년 유럽의 에어버스가 출현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한국도 그에 일조했다. 박정희 정권이 프랑스로부터 엑조세 미사일을 구입하면서 A300을 함께 구입했는데, 이것이 비유럽권 국가에 이 기종이 처음 판매된 기록이다. 이후 에어버스는 A330, A380을 내놓으며 보잉과 항공기 시장을 양분해갔다.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비쇼프투의 사고 지역에 항공기 잔해가 널려 있다. 비쇼프투 _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두 항공사 간 경쟁은 2010년 에어버스가 A320 Neo를 내놓으면서 더욱 치열해진다. 이 기종의 기세에 위기를 느낀 보잉은 9개월 뒤 신기종 B737의 출시로 선방했다. 그리고 2015년 보잉은 737 계보를 이을 4세대 주력기종으로 B737 맥스(MAX) 8을 개발한다. 민항기로는 2017년 5월부터 제작했는데, 주문이 폭발적이었다. 2년이 채 못 되는 동안 각국 항공사에 등록된 대수가 350대 이상, 선주문은 4600여대를 받아놓고 있다. 보잉이 지난해 매출액 1000억달러(113조4500억원)를 넘겨 보잉 102년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이 덕분이었다. 

그 B737 맥스 8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의 이 기종 여객기가 추락했는데, 넉 달 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같은 기종 여객기 추락과 사고 정황이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두 여객기 모두 이륙 후 6분, 13분 동안 급상승과 급하강을 반복하다 추락했다. 최근 사고에서는 보기 드물게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최신 기종에 인도받은 지 2~3개월밖에 안된 새 항공기들이 연달아 추락했으니 승객들이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서둘러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airworthy) 기종”이라고 두둔하고 나섰지만 다른 기종으로 항공편을 교체해달라는 승객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이 기종의 운항을 잠정 중단시켰다. 항공기가 버스보다 안전하다는 말이 무색하게 비행기 기종까지 골라 타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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