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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회사들은 1948년 거의 모든 일간지에 ‘전기 이용이 가능한 농가가 전체 농가의 4분의 3을 넘어섰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농가에서도 전기를 충분하게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전기회사들의 신문 광고에는 ‘통계의 술수’가 깔려 있었다. 그 술수는 ‘이용 가능한’이란 단어에 숨겨져 있다. 전기회사들은 농가에서 10㎞가량 떨어진 곳에서도 전선이 지나가기만 하면 전기를 끌어 쓸 수 있어 농가의 전기보급률이 75%까지 높아졌다고 홍보하려 했던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통계 조작’이었던 셈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2013년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3개월간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으로 8만3000여대의 차량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1조7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어떤 기준으로 파업손실 통계를 작성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계의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주장이었지만 선전전에는 상당히 유효했다.
출처: 경향신문DB
통계는 진실을 밝히기도 하지만 ‘거짓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미국 통계학자 대럴 허프는 “여성들이 약간의 화장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처럼 통계는 사실을 거짓으로 꾸미는 ‘마법’을 지녔다”고 했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2016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5만6000원으로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사교육비 지출액을 낮추기 위해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포함시켜 통계를 작성했다. 실제 사교육을 받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면 1인당 사교육비는 37만8000원으로 올라간다. 교육부는 또 EBS 교재 구입비와 방과후학교 비용, 어학연수비 등을 제외해 실제 가정에서 부담하는 사교육비 실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는 “거짓말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했다. 특히 통계는 숫자에 약한 사람을 잘 속인다. 그러나 숫자에 약하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숫자가 모두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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