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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종착역에 이르렀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의 원천은 국민 수백만명이 만들어낸 거대한 촛불이다. 촛불혁명은 4월혁명 이후 군사쿠데타 주모자들이 진행한 이승만 정권에 대한 처리와 6월항쟁 이후 야당이 주도한 5공청산을 잇는 대사건임에 틀림없다.

특히 과거의 죽은 권력에 대한 심판과 달리 지금은 국정농단을 저지른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국정농단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이며 정부는 중립적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군사정권이 조작한 간첩단 사건들, 납북어민을 간첩으로 몰아간 정부, 아직도 묻혀 있는 군 의문사 사건들, 수십년간 계속되는 사학비리, 최근의 세월호 대참사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국민의 편이 아니고 정부가 선한 의지를 가진 중립적인 기구가 아니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모든 사례를 모으면 정부는 난지도의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호욱 기자

대학은 진리의 배움터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85%는 사학이다. 여기서 비리가 발생하면 구제받을 길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사학의 천국이자 또한 사학비리의 천국이다. 사학비리가 만연하고 전염병처럼 창궐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사학비리를 비호하고 저지른 죄까지 사해주니 이만한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이 엄청난 일을 담당하는 정부 기구가 교육부이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라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2007년 사립학교법 개악으로 발족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 9년간 60개 학교를 정상화했다. 여기서 정상화란 쫓겨난 비리재단에 학교를 다시 돌려준다는 매우 나쁜 말이다. 더구나 그 정상화의 대부분이 불법이었음이 상지대 대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비리재단에 학교를 돌려주어 분규를 재연하고 사학을 망치는 것도 부족해서 공공연하게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니 도둑놈에게 곳간을 맡긴 꼴이다.

그런데도 불법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커녕 덮기에 급급하다. 상지대가 교육부와 6년간 소송한 끝에 김문기 비리재단을 몰아냈는데 파견된 임시이사는 교육부의 대리인에 불과하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또 상지대를 정상화하겠다고 달려든다. 이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비리재단 복귀 공식에 따르면 상지대를 또 김문기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이렇게 막나가도 되나? 도둑놈 잡아달라고 경찰을 불렀더니 경찰이 도둑놈과 한통속인 격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서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사학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사학비리를 부추겨 사학을 회복불능의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이들의 눈에 사학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와 등록금을 납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알짜배기 수익사업체이자 이사장의 신성한 사유재산일 뿐이다. 여기서 어떤 교육이 가능하고 어떤 창조가 가능하겠는가? 창조경제는 돈 빼먹기, 창조교육은 사학 죽이기에 다름 아니었다.

국정농단을 계기로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먼저 교육부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사학비리, 이화여대 사태, 대학평가 세 가지만 봐도 교육부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부의 수명을 연장하는 미봉책이 아니라 국민 합의제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정부개편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기구가 발족한 이유를 참고하면 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당연 폐지 대상이다.

따라서 지금 해야 할 일은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불법을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인 상지대 정상화가 아니라 교육을 좀먹고 나라를 망치는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시급하게 정상화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정부 기구로서 시효 만료되었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기구이므로 교육부 해체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폐지가 답이다. 상지대 정상화는 그 다음에 추진해도 늦지 않다.

정대화 | 상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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