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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사기꾼의 역사

opinionX 2016. 2. 2. 21:00

할리우드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는 주변 사람을 감쪽같이 속이는 천재 거짓말쟁이가 나온다. 주인공은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으로 다양하게 변신하는데 모두 가짜였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는 투자자를 속이고, 주가를 조작해 억만장자가 됐던 증권맨이 추락하는 내용이다. 두 영화의 주연배우는 ‘꽃미남’으로 불렸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다. 사실 ‘사기꾼처럼 생겼다’는 형용 모순에 가깝다. 사기꾼은 사기에 숙련된 사람이다. 그런데 사기꾼처럼 생겼다면, 사기에 능숙하기는커녕 외모를 본 상대가 사기에 넘어가지 않을 테니 모순이 된다. 영화에서 디캐프리오가 주변을 속여넘길 수 있었던 것은 출중한 외모에 화려한 언변을 갖췄기 때문이다. 사기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무기로 사용했다.

사기꾼은 어느 시대에든 존재한다. 조선 세종 때 박막동은 시골 사람들에게 납 조각을 은이라고 속이는 사기를 쳤고, 숙종 때 승려 처경은 소현세자의 유복자 행세를 하다가 탄로나 처형됐다. 재임 중 수천억원을 챙겼던 노태우·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은 독일 주간지 슈테른으로부터 ‘1995년을 빛낸 8대 사기꾼’ 2·3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단군 이래 최대 사기꾼이라는 조희팔은 피라미드 사기로 30만명에게 8조원대 피해를 끼쳤다. 그는 2011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살아있으며 사망했다는 소문 자체가 사기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알려진 사기꾼은 그 행각이 이미 드러났기에 결국 실패자이다. 문제는 성공한 사기꾼을 피할 수 있는가이다. <세상의 모든 사기꾼들>의 작가 이언 그레이엄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보험사기 유혹에 주의하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취업 준비생에게 고액의 일당을 주겠다며 꼬드겨 이른바 ‘칼치기’ 보험사기에 동원한다는 것이다. 칼치기는 주행 중 갑자기 끼어들며 급정차해 뒤차량이 들이받게 한 뒤 부당하게 합의금을 타내는 수법이다. 브로커의 꾐에 빠져 시키는 대로 했다가는 한순간에 보험사기 범죄자로 전락할 수 있다. 만일 당신에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 제시된다면 일단 의심해보는 게 좋다.


안호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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