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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 선수들이 1985년6월21일 인천에서 열린 롯데와의 고별경기를 치른 뒤 매각을 아쉬워하는 야구팬들에게 구단 모자를 증정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프로야구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는 애잔한 추억의 이름이다. 왕년의 인천 야구팬이라면 잊지 못한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의 원년 6개 팀 중 하나. 인천이 연고지였다. 모든 선수가 서울 동대문운동장에 모인 개막식 날, 팀 마스코트로 원더우먼이 등장한 것부터 기묘했다.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팀 이름처럼 ‘슈퍼’하지도 않고 박철순·백인천·김봉연 같은 ‘스타’도 없었다. 어쩌다 반짝 잘할 때 ‘도깨비팀’으로 불린 게 그나마 칭찬이었다. 패배가 일상이고 꼴찌가 따 놓은 당상이었다. 슬픔에 빠진 팬들은 ‘삼미 슬퍼스타즈’라고 이름을 바꿔 불렀다.

1983년에는 ‘너구리’ 별명의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 덕분에 전·후기 각 2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1985년 5월 청보 핀토스에 팔려 사라지기까지 바닥권에 머무르며 각종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혹자는 “패(敗) 많은 일생”이라고 했다. 1982년 시즌 후반기 5승35패(승률 1할2푼5리), 전체 15승65패(승률 1할8푼8리)는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역대 최저 승률 기록이다. 같은 해 OB 베어스를 상대로는 한 번도 못 이기고 16경기 모두 졌다. 1985년에는 개막전 승리 다음날인 3월31일부터 4월29일까지 18경기 연속 패했다. 지난 12일 한화 이글스가 18연패하기 전까지 35년 동안 단독으로 이어온 역대 최다 연패 기록이다.

이런 삼미 슈퍼스타즈 스토리는 2003년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004년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통해 재조명됐다. 박민규는 “슈퍼스타즈 어린이 회원이 됐지만, 돌아온 것은 참담한 패배감뿐이었다”면서도 “슈퍼스타즈를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 삶은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추어처럼 ‘평범한’ 야구를 펼친 슈퍼스타즈 같은 이들이 냉혹하고 비정한 ‘프로페셔널’ 사회에 맞닥뜨렸다는 얘기다. 통산 1승15패인 삼미 투수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도 애틋한 추억을 담았다.

한화 이글스는 14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천신만고 끝에 승리하며 18연패에서 탈출했다. 한화 이글스엔 다행이지만, 삼미 슈퍼스타즈는 불명예 기록을 물려주고 프로야구 역사 뒤로 ‘굿바이’하지 못했다. 잊혀지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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