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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성형과 정치

opinionX 2016. 11. 10. 14:18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길 기대하는 것은 고3 수험생뿐만이 아니다. ‘수험표 할인’을 통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성형외과들도 수능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최근에는 성형외과에서 제공하는 수험생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응시료를 내고 시험장에는 가지 않는 ‘수능 성형 체리피커’들도 있다.

수험생처럼 당락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정치인도 성형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어제 끝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패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4월 유튜브를 통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유권자들의 입길에 올랐다. 깊이 파인 주름살과 늙은 외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는 클린턴의 선거전략이었다. 2008년 대선 도전 당시 까칠하고 매몰찬 이미지가 패인 중 하나였다는 분석에 따라 이번엔 보톡스를 끊고, 연륜 있는 ‘국민 할머니’로 변신을 꾀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한때 ‘보톡스의 여왕’으로 불리며 외모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일 니카라과 대선에서 남편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3연임에 성공하면서 세계 최초의 ‘퍼스트 커플’이 된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도 보톡스를 자주 맞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한국도 성형 논란이 한창이다. 그제 JTBC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자주 찾았던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원장이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세 차례나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녹는 금실을 넣어 주름을 펴는 ‘피부 리프팅’ 시술로 유명하고, 화장품과 의료기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성형외과의 제품이 청와대의 명절 선물세트로 선정돼 납품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또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성형외과의 해외진출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책임을 지고 교체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보도로 인해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 했던 최씨가 이 성형외과 원장을 박 대통령에게 소개해 피부과 시술을 받게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퍼지고 있다. 세간에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피부과 시술을 받았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대통령의 피부과 시술 여부를 둘러싼 진실까지 밝혀지길 바라는 시민들의 심정은 참담, 그 자체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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