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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안내견

opinionX 2020. 4. 20. 11:29

미래한국당 김예지 비례대표 안내견. 연합뉴스

“안내견은 죽어서도 바로 천국에 가지 않는단다. 주인이 죽어서 천국에 갈 때 안내하려고, 천국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신년특집 2부작 TV 드라마 <내사랑 토람이>에서 시청자들을 울린 대사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한몸 같은 동반자임을 말해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안내견 토람이가 죽는 날까지 시각장애인 주인이자 엄마와 동행하는 이야기로 감동을 전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도록 훈련된 안내견의 역사는 깊다. 고대 로마시대 폼페이 벽화에 그려져 있고, 6세기 프랑스 북부에서 한 선교사가 안내견과 함께 다녔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13세기 중엽 중국의 그림에도 등장한다. 본격적인 안내견 양성은 1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시작됐다. 전쟁 중 실명한 상이군인을 돕기 위해 1917년 세계 최초로 안내견 학교를 세웠다. 한국의 첫 안내견은 1972년 미국에서 들여온 ‘사라’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의 90% 이상이 레트리버종이다. 기질·품성·대인 친화력·건강 적합성 등이 검증됐다고 한다.

안내견을 대할 때는 에티켓이 필수다. 시각장애인의 ‘눈’이기 때문이다. 보행 중인 안내견을 부르거나 쓰다듬어선 안된다. 음식을 주는 것도 금물이다.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서다.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서도 안된다. 장애인복지법 40조에 따르면 안내견은 공공장소 출입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김예지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을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2004년 17대 국회 때 정화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안내견 동행이 불허됐던 전례가 있어서다. “의원은 회의 진행에 방해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을 반입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 국회법이 근거였다. 국회 사무처는 처음에 “전례가 없어 검토 중”이라고 했다. 장애인과 안내견을 전혀 모르고, 차별과 편견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여야가 한목소리로 촉구해 조이의 국회 출입이 허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국정감사 때 뱀·산낙지·고양이도 국회에 들어왔다. 안내견을 그런 동물들과 동급으로 봤을까.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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