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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성매매는 불법이 아니다. 중앙역 홍등가에서는 5000명이 넘는 여성이 정부 허가를 받아 ‘일’을 한다.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할지 모른다면 경관에게 도움을 청하면 된다. 커피숍에서는 마리화나, 해시시 같은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 메뉴판에는 마리화나가 실내 재배, 노지 재배, 수입 상품으로 분류돼 있다.(러셀 쇼토 <암스테르담>)

14일 오후 성(性)소수자 축제 '서울퀴어퍼레이드' 오토바이를 탄 참가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각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암스테르담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도시로 불린다. 그물망처럼 이어진 도시 운하와 자전거도로, 세계 도시를 연결하는 스히폴국제공항 등 지리공간적 이유에서가 아니다. 그곳은 렘브란트와 반 고흐의 창작의 고향이며, 서구 자유주의를 태동시킨 스피노자의 활동 근거지이다. 암스테르담이 자유주의의 거점이 된 것은 대항해 시대의 개척, 종교개혁, 과학적 실험의 유행 등 역사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그 전통은 오늘날 세계 금융의 중심이자 자유주의의 수도라는 암스테르담의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암스테르담의 예술가들이 소수자들의 자유와 평등을 신장시키기 위해 실험에 착수했다. 세계 200여개 나라 가운데 LGBTI(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를 범죄로 간주해 처벌하는 나라들의 국기를 이어붙여 거대한 드레스를 만들었다. ‘암스테르담 레인보 드레스’다. 높이 3.5m, 직경 16m의 드레스는 75개의 국기와 하나의 레인보(무지개) 기, 그리고 암스테르담시 깃발로 이루어졌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은 동성애차별법을 폐지한 벨리즈의 국기를 대체한 것이다. 앞으로도 75개 나라 중에서 반동성애법을 폐지하면 그 나라의 국기는 무지개 기로 교체된다. 레인보 드레스는 그해 8월 공개된 이후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로테르담, 뉴욕 링컨센터,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사진 촬영과 전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광장에 암스테르담 레인보 드레스가 전시됐다.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이다. 암스테르담 레인보 드레스 재단 측은 다양하고 포용력 있는 세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바람으로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의 자유로운 예술 실험이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한몫을 했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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