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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여왕개미

opinionX 2017. 10. 11. 14:07

- 10월 9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개미를 나타내는 한자는 옳을 의(義)에 벌레 충(蟲)을 합친 의(蟻)이다. ‘의로운 벌레’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개미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듯하다. 1억년 넘게 지구상에 존재해온 개미의 종수는 1만4000여종에 이른다. 벌과 함께 ‘사회성 곤충’으로 분류되는 개미는 인간 사회를 뺨칠 정도로 분업화·전문화된 조직생활을 한다. 때론 적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한다.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의 지적대로 “자연생태계의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온 개미는 인간과 함께 지구의 2대 지배자”라고 할 만하다.

개미제국의 지배자는 여왕개미다. 여왕개미의 평균수명은 10년 안팎이다. 번식력도 왕성하다. 중남미에 서식하는 가위 여왕개미는 평생 1억5000만개, 아프리카에 사는 장님 여왕개미는 3억개의 알을 낳는다. 여왕개미는 ‘짝짓기 비행’을 통해 수개미에게 받은 정자를 저정낭에 모아놓고 산란할 때마다 꺼내 사용한다. 정자를 이용하지 않고 알을 낳는 처녀생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낳은 미수정란은 수개미가 된다.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똑같이 암컷이다. 하지만 여왕개미로 선택된 개미는 많은 양의 먹을거리를 제공받는다. 일개미가 알을 못 낳는 것은 생식기관이 발달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여왕개미가 ‘여왕물질(Queen substance)’이라는 일종의 페로몬을 분비해 일개미들이 생식기능을 발휘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외래 붉은 불개미가 발견돼 추석 연휴 동안 검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크기가 3~6㎜인 붉은 불개미의 독침에 쏘이면 심할 경우 호흡곤란 등으로 숨질 수 있다. 북미에선 한 해 100여명이 붉은 불개미에게 쏘여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역당국은 붉은 불개미 1000여마리가 서식하던 개미집을 제거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하루 1500여개의 알을 낳는 여왕개미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건너온 붉은 불개미는 ‘의로운 벌레’가 아니다.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해충’이다. 검역당국은 “여왕개미는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사 확인 전까지는 안심할 일이 아니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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