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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는 마하티르 모하맛(92)이 총리로 선출돼 ‘세계 최고령 지도자’로 등극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제바스티안 쿠르츠(31)가 ‘최연소 총리’로 등장했다. ‘올드보이의 귀환’과 ‘파격적 세대교체’로 선명히 대조되는 흐름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예외는 있지만 연금 수령자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지도자들이 젊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평균연령은 28.5세, 오스트리아의 평균연령은 44세이다. 기성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진 선진국에서 노인층까지 변화에 동참하면서 반체제 성향의 젊은 지도자들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진단이다.

고령화된 선진국에서 ‘젊은 리더’의 탄생은 더는 뉴스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취임 당시 39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37),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38),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38),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44) 등 30~40대 지도자들이 넘쳐난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송영길·이해찬·김진표 의원(왼쪽부터)이 2일 광주문화방송 사옥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 앞서 함께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FT 기준으로 보면 ‘일부 예외’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헬조선’이라 할 만큼 사회적 불안과 불만이 비등한 한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작금의 여야 당권 경쟁에서도 ‘올드보이’ 귀환이 완연하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바른미래당 손학규 상임고문,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 등의 전면 등장을 놓고 ‘말레이시아의 역류’를 떠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난세가 새로운 영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난세가 올드보이를 소환하는 한국정치의 역설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더욱이 올드보이에 맞서 “죽은 세포는 물러나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창하는 이들도 도긴개긴이다. ‘86세대’들이 10년 넘게 각종 선거와 경선에서 세대교체 주자로 나서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여의도가 가장 세대교체가 지체된 집단임을 확인시킬 뿐이다.

‘젊은 아프리카’에서 늙은 통치자들이 많은 건 민주적 제도의 미비 탓이 크다. 한국 정당에서는기득권 세력이 공천이나 경선 등 제도를 통제함으로써 세대교체의 싹을 잘라내 왔다. 그러니 세대교체와 관련해서는 아직도 아프리카 수준을 맴돌 수밖에 없다.

<양권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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