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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배우다. 데뷔 25년의 중견 스타 배우다. 지난달 개최된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정우성은 영화부문 대상을 받았다. 당시 심사위원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정우성은 오랜 시간 주목도 높은 삶을 살면서도 이를 긍정적 방향으로 표출하는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다.” 정우성의 또 하나의 얼굴은 ‘난민 활동가’다. 그는 5년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일하고 있다. 

2014년 5월,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와 명예사절 임명협약을 맺었다. 덜컥 명예사절을 수락한 것은 그의 삶에 스민 ‘난민’ 유전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서울 달동네에 살던 정우성은 중학생 시절, 포클레인으로 집이 헐려나가는 걸 목격했다. ‘경관 정화 사업’으로 밀려난 그의 가족은 옮겨간 곳에서 또다시 포클레인을 만났다. ‘무기력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젊은 날의 기억은 그를 꿈꾸게 했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그는 ‘나누며 돕고 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을 간직했다. 우리말의 ‘어린아이’, 영어의 ‘나(I)’, 중국어의 ‘아이(愛·사랑)’에서 이름을 딴 ‘아이재단’ 구상은 이렇게 시작됐다.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가 2018년 11월20일(현지시간) 지부티 오복의 마르카지 예멘 난민촌에서 만난 로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유엔난민기구 제공

정우성은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 자격으로 네팔과 남수단의 난민캠프를 다녀온 뒤 2015년 6월 친선대사로 공식 임명됐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에는 정우성을 비롯해 앤젤리나 졸리 등 세계적인 배우·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친선대사 정우성의 역할은 난민캠프를 방문해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일이다. 그는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찾으며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SNS를 통해 난민 실태·인권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현재 세계 난민은 약 6800만명. 미얀마, 베네수엘라, 예멘, 남수단의 내전과 위기가 이어지면서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정우성씨가 2017년 6월 이라크 북부 함다니야의 국내 실향민 캠프 하산샴U3에서 만난 아이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제공

우리도 난민 예외지역이 아니다. 2017년까지 국내에 들어온 해외 난민은 3만여명으로 이 중 2000여명이 난민으로 인정받거나 체류를 허가받았다. 지난해에는 예멘 난민 500여명이 제주도에 상륙했다. 정우성은 방송·토론회 등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세계난민의날(20일)을 앞두고는 난민 이야기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했다. 이날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난민을 주제로 북토크도 개최한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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