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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인터스텔라 열풍

opinionX 2014. 11. 23. 21:00

시간여행의 비밀을 알아낸 천재 수학자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의 연인이 과거에 외모를 크게 바꾸는 성형수술을 했으며 원래는 남자였는데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가 됐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알아서는 안될 마지막 비밀까지 알아낸다. ‘그녀’는 바로 미래에서 온 자신이었다!

스티븐 스프륄의 소설 <야누스의 방정식>에서 보듯이 시간여행은 많은 논리적 역설을 안고 있다. 과거로 가서 할아버지를 죽이면 내가 존재할 수 없게 되고(할아버지 역설), 과거의 나에게 타임머신 기술을 가르쳐 주게 되면 타임머신 기술의 원천이 없어진다(정보 역설). 내가 나의 아버지가 된다든가(성 역설),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현재를 바꾸어 버리는가 하면(빌커의 역설), 또 다른 나와 상면하는(자아 역설)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 그래서 스티븐 호킹은 “시간여행을 금지하는 물리법칙이 있어야 한다”며 ‘연대기 보호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의 시간여행이나 항성 간 이동이 과학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영역은 아니다. 이를테면 빨리 달리는 우주선 안에서 시간은 천천히 간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수없이 증명됐고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러시아 우주인 아프데예프는 우주공간에서 748일 동안 머물러 0.02초가량 미래로 돌아왔다고 한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출처 : 경향DB)

항성 간 이동과 시간여행 등을 소재로 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F 팬이 그리 많지 않는 한국에서 유독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린다고 하니 놀랍다. 영화적 감동이나 완성도가 작용했을 법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항성 간 이동이나 시간여행 등을 공상이 아닌 과학의 영역으로 잘 포장한 것이 한몫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말하자면 과학의 힘이다. 19세기 위대한 과학자로 불리는 사이먼 뉴컴은 인간이 하늘로 올라가려면 새로운 금속이나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힘이 발견돼야 한다고 확신했다. 유인비행의 불가능을 단언한 그의 논평이 지면에 실린 지 불과 1년 뒤인 1904년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날았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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