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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총체적 위기에 빠진 한국호를 재건하기 위해 ‘국가혁신’이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과제들이 추진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세월호 침몰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알려주는 적신호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의 자랑인 국가대표 재벌들이 ‘원거리 사냥’보다는 ‘안마당 가축’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다지 어렵지 않게 체제변화의 당위성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국가혁신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처방전과 복용법은 최근 목격한 단기적 기대와 부분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초 집권 세력이 제안한 ‘국가개조’라는 개념에는 일본의 군국주의나 과거 개발연대를 연상시키는 정부주도의 하향식 중앙기획 논리가 내재되어 있다. 이에 진보 진영은 일본의 혁신지자체나 노무현 정부가 표방했던 상향식 ‘생활정치’나 ‘정부혁신’ 방식에 주목할 것을 제안하여 ‘혁신’이라는 명칭의 변경이 이루어졌다.

개조와 혁신은 혁명과 진화가 그러하듯이 강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두 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보수와 진보를 떠나 기본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더불어 체제변화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 급진적 변화와 점진적 변화 등과 같은 방법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총체적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총체적 국가경쟁력이란 무엇인가? 시민들이 장을 보면서 크고 알차고 매끈한 양파를 골라잡듯이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나라는 노르웨이나 싱가포르와 같이 국부, 국질, 국격이 균형을 이루는 나라이다. 여기서 양파 고르기를 보다 보편적인 파이 만들기에 비유하자면 키우기, 나누기, 다듬기라는 삼박자가 하모니를 형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의 확산이 초래한 공공성의 위기 시대를 맞이하여 키우기, 나누기, 다듬기로 구분되는 파이 만들기의 전 과정은 ‘공공성’을 통해 재정의가 가능하다.

따라서 공공파이 만들기의 주도자인 정부와 기업 및 시민단체가 공공마인드를 함양하는 일은 미래 한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첩경이다.

200년 한국도로공사 광고 '사랑하는 이에게 알려 주세요' (출처 : 경향DB)


다수가 참여하고 모두가 상생하는 공공파이(public pie)란 시장이 주도해 온 기존의 경제학적 또는 국부편향적 파이 개념을 초월해 공공성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방식으로 국부, 국질, 국격 간의 균형을 추구한다.

우리 스타일의 파이 만들기 순서와 관련하여 기존에는 파이 키우기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압축성장을 통해 국부가 증진된 상황에서 국민행복, 국가안전, 사회통합, 국가품격 등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였음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렵다. 더불어 파이 키우기 역시 고도성장이나 창조경제와 차별화된 지속가능발전과 상생경제를 추구해야 한다.

결국 이러한 국가발전 목표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무너진 국정의 활력을 충전하는 국가혁신의 논리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특히 대내외 환경변화의 추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착해 국민이 공감하고 만족하는 정책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주관 부처는 물론 조정과 지휘 기능을 수행하는 청와대나 총리실의 기획과 소통 역량을 보강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김정렬 |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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