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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최태민 ‘목사’

opinionX 2016. 10. 26. 14:31

얼마 전 지하철에서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통화 중에 “최순실이 누군지 나도 몰라. 국회의원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실상이 연일 폭로되자 어떤 인물인지 화제에 올랐던 것 같다. 언론사들은 최씨 관련 기사를 보도하며 ‘대통령 비선 실세’ ‘고(故) 최태민 목사의 딸’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범상치 않은 관계의 시발점은 최씨의 부친 최태민(1912~1994) ‘목사’다. 그런데 기독교계가 최씨는 목사가 아니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가 1975년 4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란 교단이 존재했는지 확실치 않고, 있었다 해도 사이비 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독교계는 신학교도 나오지 않은 최씨에게 목사 칭호를 붙이는 건 부적절하며 선량한 목회자들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최태민씨는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후 사실상 퍼스트레이디가 된 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내며 인연을 맺었다. 각종 이권 개입으로 권력형 비리 의혹이 그의 주변에 들끓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중앙정보부가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최씨를 조사한 문건 등을 볼 때 그가 신학대학이나 교계에서 인정받은 신학교에서 교육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때 승려였던 최씨는 천주교 세례를 받기도 했으며 난치병을 치료한다며 사이비 종교 행각을 벌였다는 설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재판에서 ‘최태민은 사이비 목사’라고 언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변이 뛰어나고 박학다식했다는 증언을 감안하면 종교적 능력이 뛰어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최씨는 다섯째 딸 최순실씨를 무척 아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말동무였다는 최순실씨를 두고 부친의 종교적 능력을 이어받은 후계자란 평가도 나오고 있어 부친을 많이 닮기는 닮은 것 같다. 최씨가 사이비 목사였다는 점이 그리 새삼스럽진 않다. 기독교계가 억울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오래전 숨진 최씨의 망령이 여전히 청와대를 배회하고 있으며 2대에 걸쳐 최씨 일가가 국정을 농단할 수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오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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