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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씨의 충격적 국정농단은 대통령의 재가 내지 묵인을 받은 참모들의 은밀한 도움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대통령 연설문과 민정수석 인사자료, 외교·안보 기밀에 이르기까지 온갖 보고서가 외부 민간인에게 유출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청와대 보안 시스템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결국 그동안 알려진 대통령과의 거리와 업무 성격을 고려할 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문고리 3인방’의 축출이 전면적인 인적 쇄신의 첫 단추가 될 수밖에 없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정기관을 통할하는 우 수석은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인사들의 비리를 막아야 할 임무가 있다. 최씨의 어처구니없는 국정농단 실상을 파악해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물러나야 마땅하다. 그런데 최씨가 민정수석 인사에 관여했다는 정황이 청와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고 우 수석이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참모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우 수석은 가족회사 설립을 통한 횡령·탈세, 차명 땅 보유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쇄신을 위한 핵심 대상으로 간주돼 왔다.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최씨의 전남편인 정윤회씨의 추천을 받아 박 대통령이 의원 시절 보좌진으로 발탁된 이들이다. 이들 중 정 비서관과 이 비서관은 청와대 기밀 자료를 최씨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의 조력자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3인방 역시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줄기차게 살아남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불통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분출하는 인적쇄신 요구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 한국 사회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이게 나라냐”며 집단 패닉에 빠져 있다. 국정시스템이 붕괴된 데 따른 시민들의 분노와 절망을 외면한 채 대통령이 끝내 이들을 비호하려 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지금은 국정운영 공백 운운할 처지가 아니다. 그나마 4명의 퇴진은 대통령 하야와 탄핵까지 거론하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일 뿐이다. 시간이 없다. 당사자들도 이젠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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