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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여러분, 더위가 극심하니 혹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이 있는 분은 월요일(22일)까지 미뤄주길 당부합니다. 이런 폭염에 범죄를 저지르는 건 단순한 깡패 수준을 넘어서는 일이고, 아주 위험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에어컨을 틀고,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즐기거나, 페이스앱(얼굴을 나이 들게 만들거나 변형시켜주는 앱)을 갖고 놀거나, 지하실에서 가라테 연습을 하세요. 선선해질 월요일에 모두 다시 만나요.”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레인트리시 경찰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이날 브레인트리를 포함한 매사추세츠 동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화씨 101도(섭씨 38.3도)를 기록했고 20일에는 화씨 111도(섭씨 43.9도)까지 치솟았다. 미국 CBS방송은 지난 주말 미 동부와 중서부를 펄펄 끓게 만든 폭염으로 최소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문자 그대로 ‘살인 더위’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너무도 유명한 이 문장은 더위가 불쾌감이나 고통의 차원을 넘어, 인간 존엄을 위협할 수도 있음을 전한다.

‘택배노동자 기본권쟁취 투쟁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여름휴가 보장을 요구했다. 택배사와 홈쇼핑업체, 온라인쇼핑몰을 향해 “8월16~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하라”고 촉구했다. 택배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74시간(2017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이른다. 이처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데도 법적으로 휴가를 보장받지 못한다.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나, 휴가를 내려면 자기 돈을 주고 대신 배송할 사람을 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마솥더위가 이어질 8월, 택배노동자들에게 땀을 닦고 숨 돌릴 ‘이틀’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자주 신세지는 소비자로서 외친다. “이틀, 아니 1주일쯤 늦게 받아도 괜찮습니다!”

<김민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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