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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0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8590원을 최종 확정했다. 최저임금의 의결 절차와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한국노총이 제기한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대 세번째로 낮은 인상률(2.87%)을 정하면서 산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의결은 문제가 있었다. 사용자 측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차등 적용하자며 논의를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의 ‘을들의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최저임금제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동자 임금 결정에 개입하여 저임금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최저선에서 보장하는 제도다. 또 사회불평등 해소와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의 소득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그러나 최저임금 논의는 그 취지와 달리 ‘시장 논리’에 압도돼왔다. 사용자 측은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와 고용 악화를 초래했다며 동결을 요구해왔다.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 수준으로 오르면서 계층 간 임금 불평등은 고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최고임금제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해 퇴직한 한 대기업 총수는 퇴직금과 연봉으로 456억원을 받았다. 정보통신기술 업체 대표는 연봉으로 138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최저임금(약 1890만원)의 2474배, 730배 많다. 최고임금제는 재벌총수, 기업 대표·임원들의 과다한 임금을 줄여 최저임금과 함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제도다. 

지난 4월 부산시에 이어 지난달 경기도 의회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임원의 보수를 제한하는 ‘최고임금 조례’를 통과시키며 최고임금제 실험에 나섰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최고임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청년노동단체들은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의 10분의 1로 맞추자는 ‘1대 10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최고임금제와 함께 ‘최고임금위원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은 소극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기업 임직원의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발의한 ‘살찐고양이법’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이다.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지자체 일부에서 싹을 틔운 최고임금제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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