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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칼럼

[여적]통합당의 1호 법안

opinionX 2020. 6. 2. 10:15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국회에서 취임후 첫번째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1호라는 말에는 단순히 순서상 첫 번째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상징성이 부여된다. 예를 들어 1990년 1월3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문을 연 맥도널드 1호점은 냉전시대 종식을 상징하는 명소가 됐다. 1호라는 말에는 중요함에서 제일 앞선다는 뉘앙스도 담겼다. 대통령 전용기를 공군 1호기로 지정하고, ‘KAF-001’이란 편명을 부여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에서는 1호라는 번호를 부여받기 위한 경쟁이 곧잘 벌어진다. 역대 국회 개원 때마다 1호 법안 타이틀 경쟁이 치열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발의한 ‘사회적 가치법’이 1호 법안에 부여되는 의안번호 ‘2100001’을 받았다. 보좌진이 국회 본관 의안접수센터 앞에서 4박5일간 밤샘 대기를 한 결과다. 정치권은 1호에 주어지는 상징성을 활용하기도 한다. 총선 때마다 정당들은 당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지지를 확장하기 위해 영입인사 1호 선정에 공을 들인다. 

여야의 21대 국회 1호 법안에도 노림수가 담겼다. 민주당은 상시국회 도입, 회의 불참 의원 세비 삭감 등을 담은 ‘일하는 국회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선정했다. 놀고먹는 국회를 그냥둘 수 없다는 거대 여당의 의지를 보여주는 법안이다. 

미래통합당은 ‘코로나19 위기 탈출을 위한 민생지원 패키지법’을 1호 법안으로 내놨다. 방역 관련 피해 의료기관 지원, 매출감소 중소상공인 지원, 대학교 등록금 환불 등을 위한 7개 법안으로 구성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민생 현장의 요구를 골고루 반영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사사건건 딴지를 걸던 기존 통합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민생을 챙기는 정책중심 제1야당, 따뜻한 보수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1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도 진취, 변화, 혁신이란 단어들이 나열됐다.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실제 17대 이후 역대 국회의 1호 법안들은 반짝 관심을 받았지만 결국 모두 폐기됐다. 통합당은 1호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행동으로 변화의지를 증명하길 바란다. 누가 민생을 더 잘 챙길 수 있느냐를 두고 여당과 제1야당이 경쟁한다면 그보다 더 반가운 일도 없다.

<박영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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