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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의가 올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다. 이 회의에서 인류는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 나라가 2020년 이후 어떤 책임을 얼마나 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그 책임을 나누는 데는 여간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게 오늘날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당사국 수인 196개의 입장이 있다고 할 정도니 그럴 만하다.

현재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은 1000GtCO2라고 한다. 탄소예산이란 기후변화의 파국에 이르기 전까지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남은 양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최근 제5차 평가종합보고서(AR5)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AR5에 따르면 탄소예산의 총량은 2900GtCO2이나 인류는 산업화 이후 2011년까지 이미 1900GtCO2를 써버렸다. 파리 회의는 남은 1000GtCO2의 탄소예산을 196개국이 나누는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제2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때 논의된 내용들 (출처 : 경향DB)


구기후체제인 교토의정서에서는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이라는 기후변화협약의 대원칙에 입각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 나라에 강제 할당했다. 하지만 파리에서 논의될 신기후체제는 ‘각 나라가 자발적으로 결정한 기여 방안(INDC)’을 유엔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준비된 나라는 오는 3월까지, 나머지 나라는 늦어도 10월까지 INDC를 제출토록 했다. 단 리마 회의에서 합의한 ‘후퇴금지 원칙’에 따라 감축 목표량은 지금보다 높게 설정해야 한다.

한국이 제출할 INDC와 관련해 최근 시민사회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등은 탄소예산 개념과 책임·능력을 함께 고려한 지표를 활용해 각 나라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산출했다. 한국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1.7%로, 미국(28%)·중국(14%)·일본(6.1%)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었다. 2020년 배출 허용량 계산 결과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정부 목표치와 비슷하게 나왔다고 한다. BAU보다 절대량 기준으로 INDC를 산정해야 할 정부로서도 관심을 기울일 만한 내용이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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