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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평창롱패딩

opinionX 2017. 11. 23. 16:44

쇼핑가에 롱패딩 열풍이 불고 있다. 스포츠, 아웃도어, 골프 브랜드뿐 아니라 일반 패션브랜드까지 수십개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 벤치파카·벤치코트 등으로도 불리는 롱패딩은 운동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있을 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는 옷이다. 무릎아래 종아리까지 감쌀 정도로 길기 때문에 ‘이불패딩’이라고도 한다. ‘옷이 커서 행동에 불편하다’ ‘유행이 길어야 2년인데 돈이 아깝다’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이 운동선수 전유물은 이제 일반인들의 패션아이템으로 떠올랐다.

22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지하 1층이 평창 올림픽 기념 롱패딩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기다린 1000여명의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

롱패딩의 인기는 패션업계가 불황타개책으로 집중 마케팅에 나서면서 급상승했다. ‘조인성 롱패딩’ ‘수지 롱패딩’ ‘공유 롱패딩’ ‘워너원 롱패딩’ 등 인기절정의 스타를 광고모델로 동원했다. 최근 남성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는 한 홈쇼핑에서 롱패딩 판매자로 나와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여성 아이돌그룹이 단체로 롱패딩을 입는 등 패션아이템으로 활용하면서 운동선수들의 옷이라는 거부감도 사라졌다. 하지만 5~6년 전 불었던 ‘노스페이스 광풍’의 재현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당시 노스페이스 패딩은 ‘교복 패딩’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그러나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으로 부모에게 경제적 압박을 주면서 ‘등골 브레이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롱패딩도 저가도 있지만 유명브랜드의 경우 30만~50만원에 달한다.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평창 올림픽을 맞아 내놓은 기념상품인 평창롱패딩을 사려는 사람 때문이다. 여느 기념품과 달리 촌스럽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며 품질도 좋다는 소문에 구매자가 몰린 것이다. 구입 동기도 다양했다. ‘며느리에게 사주기 위해’ 상경한 경우도 있었고, ‘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새벽부터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한정판 레어 아이템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평창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중고시장에서 2배에 팔린다’며 구입한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예전에 광고는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해당 상품 판매는 부진했던 적이 있다. 롱패딩 열기가 올림픽을 묻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종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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