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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부모들이 자식을 서당에 보낼 때 만들었던 ‘서당매’는 사랑과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조상들도 아이들이 예절 바르고 공부에 집중하도록 ‘공포의 몽둥이’가 아닌 ‘사랑의 회초리’로 체벌했다. 마틴 루터도 ‘매는 좋은 아이를 만든다’고 했다.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파는 ‘훈육용 회초리’가 품귀현상을 빚은 것도 ‘자식 사랑’ 때문이었다.
현역 프로농구 선수 이현호씨(33·전자랜드)가 담배 피우던 여학생을 훈계하며 머리를 쥐어박았다고 해서 불구속 입건됐다. 담배 피우며 욕설을 퍼붓던 학생은 ‘피해자’이고, “담배를 끄라”고 손으로 그들의 머리를 쳤던 이씨는 ‘가해자’가 돼 버렸다.
이현호가 수비를 하고있다 (경향DB)
지난 12일 오후 8시 이현호씨는 부인과 5살배기 딸아이를 데리고 서울 양천구 목동 집앞 놀이터를 지나다가 10여명의 남녀 중·고생 중 일부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담배를 끄라 했고, 아이들이 바르게 자랐으면 하는 생각에 ‘정신 차리라’며 머리를 한 대씩 툭 쳤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학생들에게 손찌검을 가한 이씨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사회적으로 처벌받을 만큼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해도 폭력은 옳은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나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한 그의 훈계는 후련함을 준다. 최근 흡연 학생을 훈계하던 성인들이 폭행당하거나 사망한 경우를 떠올릴 때, 이씨의 용기는 격려받을 만하다. 누리꾼들은 “세상이 무서워서 잘못된 것을 보고도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씨를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피해자 5명의 학부모 중 3명도 “아이들이 혼날 짓을 했다. 요즘 세상에 이씨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며 처벌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이현호씨가 아버지의 입장에서 흡연 청소년들을 나무랐든, ‘욱하는 성격’ 때문에 손이 올라갔든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아이들의 비뚤어진 행동을 꾸짖은 것 자체는 용기있는 행동이다. 산업화와 핵가족화가 가속될수록 늘어나는 비행 청소년들을 방관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그들을 나무라거나 설득할 수 있는 성인들이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는 자신의 옆에서 잘못된 일이 벌어져도 봉변이 두려워 침묵하는 지대로 변하고 있다. 혼낼 일을 보고도 눈감아버리는 ‘비겁한 세상’의 어른들이 부끄럽다.
유인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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