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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로봇 배우

opinionX 2015. 11. 3. 21:00

지난해 3월30일 새벽 미국 LA타임스 온라인판은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에서 55㎞ 떨어진 곳에서 진도 4.4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최초 보도했다. 지진 발생 사실과 해당 지역의 상세 지도, 과거 지진기록까지 곁들인 기사가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분이었다. 기사 작성자는 ‘퀘이커봇’이라는 로봇 기자로서, LA 주변의 지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인간의 고된 육체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고안됐던 로봇이 정신노동으로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대해나가고 있다. 로봇 기자는 이미 기상 예보, 주식·환율의 시황 분석, 프로야구와 같은 스포츠 경기 보도 등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기자뿐 아니라 펀드매니저, 약사, 변호사, 세무사, 번역가 등 많은 전문직이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 전문가의 전망이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애초 예상과 정반대로 블루칼라보다 화이트칼라를 먼저 일터에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로봇의 진화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모양이다. 급기야 감성노동 영역까지 넘보기에 이르렀다. 일본 로봇 과학자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가 제작한 ‘제미노이드 F’라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원전 재난 이후를 다룬 영화 <사요나라>에 출연해 끝까지 주인 곁을 지키는 로봇 ‘레오나’ 역을 연기한 것이다. 제미노이드 F는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거나 사람이 연기한 지금까지 영화의 로봇과 달리 말하기, 노래 부르기에 표정 연기까지 직접 펼쳤다고 한다.

컴퓨터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로봇의 발전이 지식과 감성 영역에서까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미래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더하다. 로봇이 인간을 위해 남겨둘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 미래세대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이런 질문에 답해야 한다. 교육 혁명이 필요한 것이다. 답은 로봇이나 컴퓨터 알고리즘이 자동화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을 강화·발전시키는 데 있을 것이다. 교육 현장은 어떤가. 자율성, 사회성, 다양성, 창의성 등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역량은 억압하고 하나의 역사, 하나의 가치, 하나의 질서를 강요하는 과거로 되돌아가고 있으니!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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