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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 중 하나는 전국 어디서나 ‘빵빵’ 터지는 초고속 인터넷이다. 세계에서 가장 통신인프라가 잘되어 있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꼽힌다. 통신회사 직원으로 해외에 나가면 왠지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통신 인프라와 서비스를 어떤 장비를 이용해 구축하고 제공하는지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크다.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이라고 하지만, 통신 기술과 장비 면에서는 세계 몇 위인지조차 순위에 잡히지 않는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 10여개가 전 세계 통신 인프라를 석권했고, 그중 대한민국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기간망은 대부분 외산 장비로 구축돼 있고, 언제든지 외부의 어떤 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할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네트워크 해킹은 어떤 나라, 어떤 기술, 어떤 장비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통신 안보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중국 레노버가 자신들의 노트북에 백도어 로직을 넣은 것이 밝혀졌다. 지금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떤 백도어를 통해 정보가 유출되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모든 비즈니스가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반드시 자국산 장비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해외 경쟁력이 없는 고품질의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것은 너무 많은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세계 최고의 통신 인프라를 가진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의 통신 보안 전쟁을 지켜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대안이 있다. 일본에서 가능성을 봤다. 일본 역시 NEC, 후지쓰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회사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통신회사의 자체 기술과 규격을 이용하여 OEM으로 제작하는 통신장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즉 제품 자체를 만들지는 않지만, 제품 설계도와 규격을 모두 정의하여 전문업체를 통해 제작만 하는 것이다. 비록 현재는 돈이 안된다고 해도 네트워크 연구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대한민국도 통신 인프라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상용 제품으로 연결되어 실제 네트워크에 구축되는 비율은 매우 적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대기업 통신 연구소가 국내 네트워크 제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국산 통신장비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국내산 장비의 품질을 높이고 그것을 현장에 배포해야 한다. 국내에는 기술 경쟁력있는 기업이 많다. 통신 안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정효 | KT융합기술원 인프라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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