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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경기의 꽃’ 100m 경주는 숫자의 스포츠다. 기록달성의 관건으로 꼽히는 출발 반응속도를 보자. 이론적으로 가능한 인간의 최소 출발 반응속도는 0.1초다. 그래서 경기에서 이보다 빨리 움직이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이 짧은 시간 안에 출발 총성의 청각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뇌가 근육을 움직이도록 지시하는 여러 신체 활동이 이뤄진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출발 반응속도는 0.1~0.2초. 최고기록은 0.110초로,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가 갖고 있다. 사상 최고의 스프린터 우사인 볼트의 출발반응속도가 0.178초로 신통치 않다는 게 흥미롭다. 혹자는 그가 키가 커서 소리를 뇌로 보내고, 뇌의 명령을 다리까지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길기 때문이라고 농담 삼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출발 이후 폭발적인 스피드를 무기로 9초58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보이는 그가 엄청난 보폭을 자랑하며 치타처럼 질주하는 모습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김국영(26·광주광역시청)이 27일 강원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7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 남자 100m 결승전에서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고 나서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국영 선수가 엊그제 국제육상경기에서 100m를 10초07에 주파했다. 공인 한국신기록이다. 국내 1인자인 김 선수는 2010년 10초31의 기록으로 31년 만에 한국기록을 깬 주인공이다. 이후 네차례 더 기록 경신 행진을 하다 이번에 국내 최초로 10초0대에 진입했다. 이로써 오는 8월 열리는 런던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김 선수는 볼트의 기록과는 0.49초 차이가 난다. 중국 쑤빙톈 선수의 아시아기록 9초99와 비교해도 떨어진다. 김 선수의 기록을 거리로 환산하면 볼트와는 4.8m, 쑤빙톈과는 1m가량 차이가 난다. 하지만 7년간 기록을 0.24초나 단축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추가적인 기록 단축을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그는 한국 기록 수립 후 “9초대 진입을 새 목표로 삼았다”고 말했다.

100m 경주는 동양인보다 정강이 길이가 긴 흑인과 서양인에게 유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달리기 잘한다고 인생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스포츠의 본령도 여기에 있다. 김국영 선수의 도전을 응원한다.

조호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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