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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최근 지구온난화 해결을 두고 원자력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생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주장이다. 그는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바람이나 햇빛 에너지에 매달리는 것은 '녹색 낭만주의(Green Romanticism)'에 기댄 어리석은 환상이라고 환경론자들을 비난했다. "수천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희생자도 앞으로 수천만에 이를 기후재앙 희생자보다는 값싼 대가"라는 것이다.
 
이 러브록의 주장을 원자력산업 부흥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홍보의 선두에 원전업계가 있고, 일부 언론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국내 환경론자들이 원전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왜 원자력 발전에 비판적인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소녀가
체르노빌
원전 참사 20주년 추모식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 경향신문 DB)



첫번째 쟁점은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주장의 사실 여부다.


가동 과정만 떼어 놓고 보면 원자력 발전의 지구온난화 기여도는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전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전처리 과정과 사용 후 과정이 필요하다.

원전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는 일반적인 화석 연료와는 달리 정련, 변환, 농축, 성형 가공 등 여러 단계의 물리화학적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과 독일에서 출간된 보고서들은 원자력 발전이 해양풍력발전에 비해 8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두번째는 주어진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명분으로 또 다른 종류의 위험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러브록의 주장처럼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원전 사고를 용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심각한 도전임에 틀림없지만, 그 해결책은 윤리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숲과 지역 공동체를 파괴해가면서 바이오 연료를 얻는다면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잦은 고장, 지진에 의한 대형 사고의 위험, 온배수에 의한 바다 생태계 파괴, 방사성 폐기물 문제 등 지구온난화의 해결방법으로 원전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가 치러야 할 또 다른 환경적,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더군다나 2050년까지 원전 수를 지금의 세 배로 늘린다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감축량이 10%에 불과하다는 것이 세계 에너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는 전력 낭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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