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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살포가 결국 남북 간 총격전을 불러왔다.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심각한 안보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국제사회는 기술적으로 여전히 전쟁 상태인 남북이 정전협정이라는 미봉적 조치에 의존해 아슬아슬하게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또 향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될 경우 상호 간 과도한 대응으로 대규모 충돌이 발생하는 ‘체인 리액션(연쇄 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전단살포는 민간단체가 하는 일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한다.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여서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는 차원의 사안이다.

국가 정보기관의 활동을 예로 들어보자. 정보기관은 부득이하게 위법적인 일을 수행해야 할 때가 있다. 만일 그 일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면 비록 법에 저촉된다고 해도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국가 안보 사안은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실정법보다도 우선순위에서 앞선다는 의미다.

정부가 ‘표현의 자유’ 때문에 전단살포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너무도 존중하기 때문에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마저도 감수하는 고도의 민주주의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기소 사건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자들의 ‘사이버 망명’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는 툭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매기는 각국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의 위상은 매년 하락해 현재 ‘제한적 언론자유국’으로 분류될 정도다.

북한에 대한 막말 비난과 유언비어가 담긴 전단을 북한 지역으로 날려보내 북한을 자극하고 안보위기를 초래하는 행위는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대통령 직무와 관련된 ‘7시간의 미스터리’를 다룬 외국 언론의 기사는 저열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하에 대북 선전물 띄우는 탈북단체 (출처 : 경향DB)


대통령 비난 발언을 적발하기 위해 국민들 메신저를 공권력이 들여다보는 것도 허용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될 사안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재갈을 물리고, 정작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양 방관하고 있다. 결국 정부는 전단살포를 막을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방치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안보위기를 방치하는 것을 이해해줄 국민은 없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되고 최종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정부는 전단살포를 방관하지 말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당장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유신모 정치부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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