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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가 가만히 누워 숨만 쉬고도 작년 주식배당금으로만 1902억 챙겼단다. 일가의 주식 불로소득 2830억. 어차피 지들은 없어도 사는 돈인데, 돈 없어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삼성과 협력업체 직업병 환자들 치료해서 살려라. 대를 이어 저지른 부정을 속죄하는 길이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지난 10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날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16년 회계연도에 1902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가장 많다. 8년 연속 부동의 1위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68억원), 부인인 홍라희 리움 관장(298억원) 등을 더하면 일가는 모두 2830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렸다. “이들에겐 뇌물도 껌값 수준이다.” 분노하는 반응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이런 비판도 있었다. “주식 가진 사람에게 배당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들의 수익은 가진 만큼 당연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었을까. 수천억원의 배당 수익이 발표됐던 날 법원은 삼성 LCD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을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지난달에는 삼성반도체·LCD 직업병 피해자 중 79번째 사망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 하청업체에서 일했다가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 위기에 처한 20대 청년도 있다. 그는 이제 시야가 ‘초승달’만큼 남았다고 했다.

소모품처럼 쓰다 버려지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도 받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연금술처럼 수천억원의 배당액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100억원이 넘는 배당소득자 13명이 평균 10억원의 ‘절세’ 효과를 얻었다는 보도도 겹쳐진다.

그들은 성매매 한 건에 500만원을,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게 100억원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반면 ‘함께’ 일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대우를 제공하는 일에는 유난히 인색하다. 미국 알래스카 주민들은 단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알래스카에서 나오는 자원으로 발생하는 수익 중 일부를 기본소득으로 받는다. 그런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위태롭게 쌓아 올린 부가 그들의 힘과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만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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