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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4월15일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우리나라를 발전시키고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잘 선택하고자 하는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우리는 투표 전에 공개되어 있거나 접근할 수 있는 신상정보, 이력, 관련 뉴스 등 후보자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취합해 누가 적합한지를 판단한다. 예전에는 선거관리위원회 공인 후보자에 대한 자료들과 주요 언론을 통해서만 이러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중화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 다양한 포털사이트, 유튜브, 카카오톡, 라인,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위챗, 와츠앱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인터넷과 SNS 서비스를 통해 엄청난 양의 정보가 흐르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정보 중에 상당한 양의 가짜뉴스가 섞여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SNS는 공간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 전달이 이루어져 이러한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다시 퍼져 나간다.  

SNS 서비스 제공자는 인공지능과 여러 알고리즘을 사용해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골라서 우선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제품들을 팔 때 그 사람에게 관심이 있을 만한 것을 노출시키는 전략으로 활용된다. 뉴스나 정보의 경우 비슷한 철학과 생각을 가진 SNS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뉴스와 정보에 더욱 자주 노출되게 된다. 즉 알고리즘이 추천한 뉴스를 팩트체크 없이 받아들이고 끼리끼리 공감한다. 유튜브의 경우 평소 자신이 관심 있게 보던 영상과 관련된 영상들이 초기화면에 떠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신문이나 TV를 통하지 않고 SNS만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상황이어서 가짜뉴스와 가짜정보들에만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작년 9월 미국 휴스턴대학교 생물학과 알렉산더 스튜어트 교수와 MIT, 영국 옥스퍼드대,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를 담은 ‘정보 게리맨더링과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다.  

게리맨더링은 어떤 특정 후보자나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가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구획했는데 그 나눈 모양이 타오르는 불속에서 산다는 상상의 괴물인 셀러맨더와 비슷하다고 하여 주지사의 성인 게리와 괴물의 맨더를 합쳐서 만든 말이다.  

SNS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의 특징은 철학과 생각, 관심 분야, 좋아하는 것 등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2520명을 대상으로 게임이론을 적용해 그들의 행동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네이처에 나온 논문 내용을 연예인 인기투표 예를 들어 살펴보자. 연예인 A와 B 중 더 인기 있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투표를 하고 맞힌 사람에게는 경품을 준다고 하자. 다만 투표 결과 비기게 되면 아무도 경품을 못 받는 상황이다. 연예인 A를 좋아하는 10명과 연예인 B를 좋아하는 10명이 있고, 이들은 SNS에서 각각 4명씩과 연결되어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약 연예인 A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연결되어 있다면 모두가 A에 대한 이야기와 뉴스를 주로 접하며 “나는 이번에 A에게 투표할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기투표 시 자기 주변은 모두가 A에게 투표한다고 하니 “분명히 A가 이길 것이야”라고 믿고 투표하게 될 것이다. 이는 B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SNS 연결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A를 좋아하는 사람과 연결된 사람들 중 3명이 B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결되도록 하면 이 사람들은 “대세가 B인가 보다”라고 잘못 판단하게 된다. 이 경우 A에게 투표하면 자신의 선택이 무위로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A를 포기하고 B를 선택하게 된다. 즉 SNS상에서의 연결 방식 조작으로 정보의 흐름과 그로 인한 판단 및 결정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론이다.  

이는 누군가가 나쁜 마음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SNS 제공자가 운영하는 시스템상에서 점점 더 고도의 수준으로 활용되는 기계학습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고 하겠다. 현재와 같이 인터넷 정보와 SNS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위적 댓글조작 사건도 결국 여론을 왜곡하기 위한 또 다른 정보 게리맨더링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가짜뉴스, 익명성을 악용해서 막말을 쏟아내는 악플 등과 더불어 인터넷과 SNS 이용에서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이다. 예전 신문, TV, 라디오 뉴스들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비해 규제를 덜 받거나 거의 안 받는 인터넷과 SNS 정보와 행위들에 대해 적정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포털은 지난달 19일부터 모든 뉴스 댓글 작성자의 댓글이력이 모두 공개되도록 했다. 앞으로 다른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서도 유사한 조치들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시스템적으로 정보 게리맨더링이 근절되기 전까지 우리는 정보 게리맨더링에 당하지 말고 다양한 정보들을 잘 분석해 대응하고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4월15일에는 자신만의 정보 분석 기법들을 잘 활용해 우리나라를 위해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을 잘 뽑아야겠다.

<이상엽 |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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