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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코로나 만우절

opinionX 2020. 4. 2. 10:13

올해도 설악산 흔들바위가 등장했다. 만우절 단골 메뉴다.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이 1일 오후 한동안 포털사이트의 급상승 검색어 1위였다. 외국인 관광객 11명이 호기심에 흔들바위를 밀어 떨어뜨려 입건됐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이내 공식 페이스북에 “안심하세요. 흔들바위는 건재합니다”라는 공지를 올리며 유머로 받아넘겼다.

4월1일, 만우절은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며 즐거워하는 날로 통한다. 중세 유럽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우세하다. 프랑스 샤를 9세가 1564년에 1월1일을 새해 첫날로 선포했는데, 그 이후에도 바뀐 줄 모르고 종전 첫날인 4월1일에 새해를 기념하는 사람들을 놀린 데서 시작됐다는 설이다. 프랑스어로 만우절 거짓말을 뜻하는 ‘푸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은 직역하면 ‘4월의 물고기’다. “잘 낚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2020년 만우절은 여느 해 같지 않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가 불안하고 슬프고 우울해서다. 시답잖은 농담·거짓말·장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구글은 2000년부터 매년 선보인 ‘만우절 장난’을 올해에는 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이들을 존중하기 위해 농담은 다음 4월로 미루자”고 했다. 그간 구글은 검색만으로 짝을 찾아준다는 ‘구글 로맨스’, 동물소리를 사람의 언어로 번역해주는 서비스, 보물지도 이벤트 등을 펼쳤다. 최근 확진자가 부쩍 늘어난 독일에서는 “코로나는 장난이 아니다”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국내에서도 해마다 기발한 이벤트로 웃음을 줬던 영화관들이 올해 만우절은 건너뛰기로 일찌감치 결정했다. 청소년이라고 거짓말로 우기면 할인해주기, 팝콘 통과 음료수 컵 바꿔 담아주기 등이 영화관의 인기 이벤트였다. 또 코로나19와 n번방 관련 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만우절 장난을 멈추자”는 목소리도 온·오프라인에서 높게 일었다.

이런 와중에 한 인기가수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중”이라고 SNS에 공개했다가 50분 만에 “만우절 농담”이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도를 넘은 거짓말이다. 만우절이라 해도 입에 담아선 안될 망발이다. “경각심을 주려 했다”는 핑계도 용납될 수 없다. 철없는 농담은 안 하는 게 낫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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