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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신발 제조회사 아디다스는 다른 많은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에서 신발을 생산해 왔다. 2016년 독일의 안스바흐 소재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MFG(Made for Germany)를 출시하며 제조업의 독일로의 복귀를 알렸다. 이 스피드팩토리에서 신발을 제조하는 과정은 기존 공장의 방법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의 공장에서는 대량생산을 통해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같은 디자인의 신발을 다량 만들었다. 스피드팩토리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주문을 받아 맞춤형으로 제조한다. 주문을 받고 제조 완료까지 5시간밖에 안 걸리니 아시아에서 위탁생산을 할 때 걸렸던 2~3주보다 훨씬 빨리 제조한다. 제조방식에 이러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몇 가지 요인을 살펴보자.

우선 다음의 사항들을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개성 있는 자신만의 신발을 신고 싶은 고객의 요구를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재고를 쌓아두지 않을 수 있을까? 패션과 유행은 예전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는데 어떻게 하면 빠르게 제조할 수 있을까? 이들을 해결하면서도 신발 가격 경쟁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을까? 아디다스는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로 일컬어지는 3D 프린팅, 첨단 제조로봇이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결되어 인건비 걱정 없이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의 자동 제조가 가능한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이 문제들을 모두 해결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이 신발 스타일, 디자인, 소재, 색상, 신발 깔창, 신발 끈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추어 로봇이 신속하게 제조한다. 이 로봇들은 잠도 안 자고 24시간 신발을 제조한다. 주문을 받고 5시간 만에 제조하여 24시간 내에 배송까지 할 수 있으니 제품 출시까지의 시간 단축은 물론 재고도 쌓이지 않는다. 소위 주문형 대량생산(custom mass production)인 이 제조방식은 몇가지 선택사항들의 조합을 통해 많은 종류의 맞춤형으로 제조하지만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2018년 미국 애틀랜타에 독일보다 더 큰 스피드팩토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크게 부각한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기여를 위하여 올 한 해에 회수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1100만켤레의 신발을 만든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change)하는 정도를 넘어 변혁(transformation)의 시대를 맞고 있는 제조업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아디다스의 변혁이 좋은 예이기는 하지만 또 어떠한 사항들을 고려해야 할까? 우선은 가치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제조 공장에서 안전, 건강, 환경은 바꿀 수 없는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고객들은 고품질은 당연하고 자신만의 제품, 경험, 즐거움을 요구하고 애프터서비스의 강화도 바라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하나뿐인 지구가 강조되면서 지속 가능성, 친환경성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내가 의장을 맡고 있는 바이오테크놀로지 글로벌 퓨처 카운슬을 포함하여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38개의 카운슬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첨단 제조 및 생산 글로벌 퓨처 카운슬이다. 이 카운슬에서는 몇 년간의 전문가 토론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정부 의사결정자들의 검증을 받아 제조기술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기술과 시스템들을 7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발표했다.

첫째는 생산철학이다. 순환경제를 위해 리사이클된 소재 활용, 위에 언급한 주문형 대량생산, 제품의 평생 서비스, 유연하고 모듈식인 제조 시스템, 에너지 및 원료 절약형 제조 시스템, 친환경 생산 등이 고려될 생산철학으로 포함되었다. 둘째는 첨단소재로서 초경량 소재,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기반 소재, 유연한 전자제품, 메타물질, 나노엔지니어링 기반 소재 등이다. 셋째는 첨단생산 공정인데 연속제조, 표면제조 공정, 잉크젯프린팅, 유연구조의 제조 등이 포함되었다. 넷째는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로서 증강현실, 가상현실, 대화 시스템, 사회망, 상황인식 시스템, 다차원 상호작용, 웨어러블 로봇 등이다. 다섯째로 연결과 계산인데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디지털 쌍둥이, 기계와 기계의 연결성,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블록체인, 퀀텀 컴퓨팅 등이 포함되었다. 여섯째로는 분석과 지능인데 빅데이터, 데이터마이닝, 지식기반 시스템, 지능형 시스템, 원격 유지보수 시스템, 인공지능, 생물정보학, 인지계산이 포함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물리 시스템으로서 3D 프린팅, 광학, 메카트로닉스, 자율로봇, 협동로봇, 유연하고 조정이 용이한 기계와 로봇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기술들만 조합해도 지금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미래의 공장 모습이 보인다. 한 가지 예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나노와 바이오 기술로 새롭게 만들어진 소재들을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통해 공급받아 인공지능으로 최적화된 첨단로봇과 3D 프린터가 제품을 만든다. 예전처럼 큰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소형 공장들이 들어서서 생산하며 이 모든 소형 공장들은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고 본사에서는 주문-생산-판매-배송-애프터서비스-리사이클까지 전 과정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각 소형 공장들에서의 생산 관리 등에 활용한다.

앞으로 제조업은 큰 문제들, 즉 기후변화 대응, 지속 가능성 추구, 인구 고령화 및 건강 문제, 물,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뿐 아니라 각 제조업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기반으로 위에 기술한 것들을 포함한 신기술들을 조합하여 각 제조업에 맞게 적용하여 빠르고 과감하게 변혁해야 한다. 여기서 속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뒤늦게 변화하는 기업들은 먼저 변화한 기업을 따라갈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기업의 CEO들은 기술들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예전처럼 최고기술경영자(CTO)에게 기술을 맡겨 놓는 것으로는 이러한 변혁에 살아남을 수가 없다. 모든 기술을 한 기업이 섭렵할 수 없으므로 대학, 연구소, 타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제조업의 변혁과정에서 많은 단계와 작업들이 자동화됨으로써 기존의 일자리는 없어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국가와 사회는 구성원들이 지식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하여 새롭게 요구되는 일자리에 적합한 인재들을 양성하고 변혁의 제조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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