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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얼마 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유서를 쓰고 집 밖에 나가 자살하려는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 본다. 신고현장에 출동하여 계속된 설득과 함께 자살예방기관으로 연결하여 상담을 시도하였다. 생명의전화(1588-9191), 보건복지부 콜센터 희망의전화(129)는 전화상담만 가능하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1577-0199)만이 현장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살기도자는 흥분한 상태에서 전화상담을 완강히 거부하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로 몇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상담사를 보호 중인 파출소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사들이 현장에 오기까지는 자그마치 4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어렵게 현장 상담을 마친 상담사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하루에 상담사 2명이 서울시에서 접수되는 모든 현장 상담을 하고 있어 먼저 접수된 상담을 끝내고 서류가 정리되어야만 다음 상담 장소로 출발할 수밖에 없어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고 한다.

상담사들은 한밤중에도 지친 몸으로 상담하는 동안에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상담전화를 받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또한, 서울 전역을 담당하지만 이들에게 제공되는 차량이 없어 택시를 타고 왔다는 애로사항도 들을 수가 있었다.

자살기도자를 장시간 보호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경찰의 어려움이나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활동하는 상담사 모두가 미흡한 위기관리 행정으로 인해 신속한 자살예방 현장 서비스 제공 활동을 하지 못했던 단면이다.

자살예방을 위해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출처 : 경향DB)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자살예방 위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지만 이처럼 현장에서의 신속한 서비스 제공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차제에 현장 상담활동가의 증원과 차량 제공 등 상담시스템을 재점검하여 사회안전망을 더욱 꼼꼼하게 제시해 주길 바란다.


류재광 | 서울 강북경찰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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