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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달을 앞세우고 간다.
여울물을 기어오르는 피라미처럼
공기주머니 하나 달랑 차고
소유한 게 적어도 물 따라 산다.
풀잎에 알을 낳는 풀벌레처럼
주어진 시간 그대로,
청설모가 굴밤 한 톨 물고 가듯
가랑잎 같은 시를
소중히 갈무리하고 산다.
소슬한 가을바람 따라 산다.
새빨갛게 익은 석류가
저절로 팍, 하고 깨어지듯
작은 소리를 알아듣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산다.
권달웅(1943~)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시인은 자연으로부터 삶의 자세를 배운다고 말한다. 여울물에 밝게 뜬 편월(片月)을 앞세우고 헤엄치는 피라미는 가진 것이 없어도 물의 흐름에 맞춰서 산다. 풀벌레가 풀잎에 알을 낳고 사는 것을 받아들이고, 청설모가 졸참나무의 열매 한 톨에 만족하듯이 시인은 가랑잎 같은 시 한 편을 짓고 사는 일 외엔 더 바라는 게 없다.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소리와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 잘 알아들으면서 살고자 한다. 으스스하고 쓸쓸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그런 가을바람에 어울려 살고자 한다. 자연이 가르치는 대로 호응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나란히 살고자 한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고, 잔물결 같은 작은 행복을 찾으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의 현덕(玄德)을 따라 사는 일일 테다. 나무가 너무 뻣뻣하면 꺾어지고, 소나기가 종일 쏟아지는 법은 없다는 지혜를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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