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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탄핵 결정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청와대 반려견의 운명이 주목받았다. 한 언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돗개 9마리를 이젠 더 이상 키울 여력이 없어 다른 주인을 찾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하면서부터다. 박 전 대통령이 반려견을 내놓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할 박 전 대통령이 9마리나 되는 진돗개를 돌볼 여력은 분명 없어 보인다.

누리꾼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우린 개도 못 챙기는 대통령을 뽑아놓고 국민을 챙기길 바랐던 것 같네.” “와 내가 이 사람한테 실망할 거리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는 게 너무 놀랍다.” “개는 청와대 경호실에 놔두고 가라. 데리고 나갔다간 조만간 유기견 신세.”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삼성동 사저를 떠나면서 주민들로부터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받았다. 암컷과 수컷 한 쌍에게는 ‘새롬이’, ‘희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두 마리 진돗개는 2015년 8월 새끼 다섯 마리를 낳아 화제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공모받아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일반인에게 분양됐다. 이후 올해 1월 7마리의 새끼가 또 탄생했지만, 탄핵 정국에서 주목받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진돗개 사랑’은 유별났다. 새해 업무보고에서는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했다. 비선 실세 의혹 당시 “청와대 진짜 실세는 진돗개”라고도 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은 조선·해운업 위기 상황에서도 청와대 요청으로 진돗개를 평창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하기 위해 스위스를 다녀오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개를 사랑하는 만큼 관리는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정유라씨의 소셜미디어로 추정되는 아이디는 이런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대통령님 본인 개도 관리 못 하시는데 ㅋㅋ.” 어쨌건 탄핵은 탄핵이고 개는 살아야 한다.

한 누리꾼은 말했다. “그 많다는 친박 중 보일러 수리될 때까지 특급호텔 숙박비 내주겠다 제안하는 인간도 없고, 진돗개 9마리 키우기 힘들면 내가 잘 맡아 키우겠다는 인간도 아직 없다.”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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