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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중국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인 혐오 논란, 보수세력의 뿌리 깊은 반중 정서 등 우리 사회가 중국을 바라보는 인식의 균열이 두드러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이 새삼 확인되면서 각국은 신종 코로나를 차단하기 위한 대응 수위 마련에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3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수송기 편으로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공항에 도착한 군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비행기 출입구에 ‘중국 힘내라(中國加油)!’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우한 _ 신화연합뉴스

물론 한국 시민의 건강보다 중국 정부의 심기를 살피는 게 우선순위일 수는 없다. 중국의 불투명성, 폐쇄주의가 사태를 악화시켰음도 부인키 어렵다. 그렇다 해도 ‘노 차이나’ 정서의 확산은 도덕적으로나 국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인을 바이러스 서식처쯤으로 여기고 있다면 인종적 혐오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지금은 어떤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을지 모를 만큼 전 세계가 촘촘히 얽혀 있다. 언젠가 한국이 중국에 민폐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2015년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확산됐을 때 한국 환자 한명이 홍콩을 경유, 광둥성 후이저우로 입국했던 사례도 있다. 무심코 뱉어낸 말은 언젠가 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법이다.


신종 코로나 상궤 벗어난 혐중

말은 칼이 되어 돌아오는 법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중추

단선적이고 어설픈 대응은 금물

신뢰관계 구축 염두에 두며

장기적으로 중국 리스크 줄여야


혹자는 중국과 관련된 사안이 터질 때마다 고개를 드는 반중 정서가 냉전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진단한다. 보수진영에서 유독 반중 정서가 두드러지는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르겠다. 간과할 수 없는 점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유럽이든, 한국이든 어떤 국가든 간에 과도한 중국 때리기 이면에는 애국주의를 불러일으키고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염병 확산으로 사람들이 허둥댈 때 이를 활용해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는 비열하다. 전염병 확산에 어떤 이들은 마스크 착용 등 본능적으로 자기보호에 나선다. 어떤 이들은 외부로 시선을 돌려 공격적 방어에 나서는데 바로 정부 탓, 발생국가 탓으로 돌리는 심리다. 한쪽에는 인도주의적 행동을 보여주는 이들도 있다. 국내에서도 ‘우한 힘내요’를 외치는 시민들이 있었다.

중국은 어떤 나라보다도 복합적 성격을 지닌 나라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면서도 개발도상국이며, 대국적 자부심이 강함과 동시에 과거 서구 열강의 침탈에 따른 콤플렉스도 갖고 있다.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이란 말이 상징하듯 시민으로서 많은 중국인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이 사소한 질병에 걸려도 국내로 들어와 치료를 받을 정도로 중국의 의료수준은 낙후돼 있다. 의료는 교육과 함께 중국인들이 가장 개혁을 바라는 분야로 중국 정부 역시 의료 선진화 프로젝트를 꾸준히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경제적으로 의료발전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의료비 부담 경감은 중국인들의 과도한 저축 성향을 낮춰 소비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중국의 의료수준 향상이 글로벌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의료서비스 질 제고에 국제사회가 기여하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경제구조 차원에서 중국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방안 마련이 절실함을 일깨워준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5.1%에 달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34.4%(602만명)가 중국인이었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와이어링 하니스’란 부품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동중단 상황에 몰린 현실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통한 수출시장 다변화, 부품 공급망 분산은 이제 한국경제의 생존요건이 됐다.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달리 대안이 없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한국 수출규제에 맞먹는 전 국가적 차원의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은 중국과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니, 라오펑여우(老朋友·오랜 친구)니 하며 신뢰 구축에 노력해 왔지만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모래성이다. 미·중 간 살벌한 경쟁과 대립 속에서 오랜 세월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위드 차이나’ 마인드를 쉽게 버려선 안되는 이유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중국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이후 중국을 처음으로 국빈방문한 외국 정상이었고, 각별한 환대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 위기는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오관철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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