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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과 함께 대표적 반인권 악법으로 지목돼온 보안관찰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한상렬 목사를 긴급체포하면서다. 한 목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만기 출소한 이후 보안관찰법에 따른 신고를 거부해왔다. 사상범을 출소 후에도 감시할 수 있도록 한 보안관찰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보안관찰법은 박정희 정권 시절 제정된 사회안전법이 1989년 개정되면서 신설됐다. 국가보안법 등으로 선고받은 형기의 합계가 3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는 출소 후 7일 안에 가족 및 교우관계, 직업, 재산상황, 학력·경력, 종교·가입 단체 등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들 대상자 중 재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피보안관찰자’로 결정한다. 피보안관찰자가 되면 3개월마다 활동사항을 보고해야 하고, 이사를 가거나 10일 이상 여행할 때도 신고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족쇄’를 차고 ‘창살 없는 감옥’에서 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현재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는 2000여명, 피보안관찰자는 40여명에 이른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기소 및 무죄 판결 통계치(2013) (출처 : 경향DB)


보안관찰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양심·사상·표현의 자유를 침해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다른 출소자들과 차별한다는 점에서 평등권을, 법무장관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이미 처벌받은 사람에게 재범 위험을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는 만큼 이중처벌 금지원칙에 위배되며, 처분의 무제한 연장이 가능해 죄형법정주의에도 어긋난다.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위헌적 악법이다. 세계 인권단체들이 비판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폐지를 권고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독재정권의 유산인 보안관찰 제도가 아직도 살아남아 시민 감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 기본권 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헌재는 그러나 1997년 합헌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지난 5월에도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헌재 출범 자체가 민주화운동의 성과임을 생각할 때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회 역시 보안관찰법의 문제를 모르지 않음에도 방치해온 책임이 무겁다. 보안관찰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한다. 폐지 이전에라도 법 적용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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