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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신공항 건설 논란이 3년 만에 부활했다. 정부가 영남권의 공항 이용객 증가 추세를 감안해 대체공항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해공항이 2023년 포화상태에 달할 것이라는 수요 전망이 주된 근거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영남권 신공항이 백지화된 뒤 달라진 게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뿐이다. 하루아침에 없던 항공 수요가 되살아날 일도 아니지 않은가. 10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걸린 신공항이 정치논리에 이렇게 휘둘려도 되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타당성 조사라고 하지만 신공항 재추진을 선언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 2030년이면 김해공항 이용객이 지난해의 2배인 2162만명에 달해 대안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논리다. 하지만 3년 전 정부 자료를 보면 김해공항 항공 수요는 2025년 1039만~1174만명으로 돼 있다. 불과 3년 만에 같은 수치가 2배 부풀려진 셈이다. 정부는 “당시엔 세계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9년 자료를 토대로 한 데다 저가항공사들이 가세하면서 항공 수요가 늘었다”고 하지만 변명치고는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아무리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 당시 영남권 신공항 특별 기자회견 모습 (출처 : 경향DB)


영남권 신공항은 이미 경제성 부족으로 용도 폐기된 사업이다. 후보지인 부산 가덕도와 밀양 모두 국토연구원의 비용·편익 조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10조원 이상을 들여 신공항을 지을 가치가 없다는 뜻이다. 정치논리에 휘둘린 지방공항의 재정 위기는 실로 심각한 상황이다. 1000억원을 들인 울진공항은 이용객이 없어 비행기 한번 띄워보지도 못한 채 폐쇄됐다. 만성적자에 빠진 양양·청주·무안 국제공항을 비롯해 전국의 지방공항 중 멀쩡한 게 별로 없을 정도다.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한 결과이지만 후유증이 너무 크다.

대선공약 이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성이다. 뻥튀기 숫자 놀음으로 대통령 비위를 맞출 생각은 버려야 한다. 운영경비도 감당치 못해 만성적자에 빠지면 수십조원의 국민세금은 누가 책임질 건가. 김해공항은 지금 1300억원을 들여 국제선 청사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신공항 부지가 결정되면 불필요한 예산 낭비다. 무리하게 신공항을 추진할 게 아니라 큰돈 들이지 않고 김해공항 확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게 우선이다. 대선공약에 집착하다 아직도 빚잔치에 허덕이고 있는 4대강 사업의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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