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9월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해 발언하는 가운데 진상규명도 얼추 이루어졌고 또 많은 관계자들이 문책도 당했다고 말했다. 세월호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고집하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한번 보자.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얼마나 밝혀졌을까. 검찰은 선장과 선원들을 기소했고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들이 승객 구조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급변침이 어떻게 일어난 것인지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것이 조타의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 때문인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국민들은 참사 당일 해경이 골든타임에 구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해경은 수십 척의 함정을 동원했다고 하지만 침몰 초기 6시간 동안 고작 8명이 딱 10분 입수한 것이 전부였다. 왜 그랬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당시 어선들은 승객이 많은 세월호 선미로 접근해 승객을 구조하고 있었는데도 유독 해경만은 선수로 다가가서 선원들을 먼저 구조하는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한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세월호 선원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에서 복원한 파일 중에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 있었다. 사고 초기 국정원에 보고했는지에 관한 의혹이 제기된 터라, 국정원의 개입 의혹이 더욱 커지는 대목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밝혀야 할 의혹은 너무나도 많은데 검찰 수사는 그냥 그 정도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그런 검찰이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말이 있자마자 부리나케 허위사실 유포 사범을 철저하게 단속하고 엄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허위사실 유포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의 정당한 의혹제기마저 입단속을 할 모양이다. 세월호 참사에 관해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는 수사를 미적대면서 재빠르게 ‘청와대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는 검찰의 모습에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이 19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전국 대표자회의 열고 대통령 특별법 관련 발언 입장과 향후 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일부에서는 검찰 수사로 어느 정도 팩트가 확인됐으니 ‘이제는’ 세월호 참사 원인이 된 시스템과 제도를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이 진상조사위원회와 특검을 분리하는 내용의 여야 합의안을 정당화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차후 특검의 수사에 맡기면 된다는 논리이다.

해경의 부실한 구조대응 체계의 원인을 분석하고 화물 과적을 용인할 수 있었던 제도적 문제점을 조사하는 등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고 또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유가족과 국민들도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 철저한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제도개선으로 나아가자고 주장해 왔다. 그런데 ‘관련자 처벌을 위한 수사’와 ‘제도개혁을 위한 진실규명’이 그렇게 분리될 수 있는 것일까.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단지 몇몇 ‘팩트’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들을 놓고 그것을 사회적 가치와 정의의 기준에 입각해 사건의 실체를 ‘규정짓는’ 작업이어야 한다. 이 작업은 분명 ‘이윤보다 생명·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어떤 사회적 개혁이 필요한지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관련 ‘팩트’들이 충분히 확인돼야 한다. 세월호가 화물을 과적한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가족과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왜 과적을 일삼아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출항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진실’이다. 해경이 초기 구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왜 그리했는지에 관한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세월호에 관련된 의혹을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은 ‘제도적 개선을 위한 진실규명’의 전제이자 그것과 한 묶음이어야 한다. 아직도 세월호의 진실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검찰 수사에 이것을 기대할 수 없으니, 유가족과 많은 국민들은 철저한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권이 보장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호중 |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