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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과 경북 문경을 잇는 철도건설 사업 중 1단계인 이천~충주 54㎞ 구간 공사가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안에 착공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노선의 두 번째 기착지인 112역사(가칭)의 입지를 놓고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 주민들과 충북 음성군 감곡면 주민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당초 기본계획에는 112역사를 양 지역의 경계인 22번 군도에 건립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그러나 분쟁은 이후 역사 위치가 두 번이나 변경되면서 시작됐다. 기본설계에는 이 도로에서 장호원 방면 70m 지점으로 위치가 수정됐다가, 다시 실시설계에는 정반대인 감곡면 방면 70m 지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양 지역 주민들은 역사가 자신들의 지역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두 마을에는 각각 역사 유치를 주장하는 100여 개의 현수막이 빽빽이 걸려 있다. 두 마을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양측이 주장하는 위치가 당초 기본계획의 지점과 매우 근소하며 각자의 위치에 유치하는 실익보다는 양 주민 간의 반목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장호원과 감곡면은 예로부터 하나의 생활권이다. 지금도 작은 하천 다리를 넘나들며 두 마을 주민들이 장터도 같이 운영하는 등 왕래가 많다.

통행금지 제도가 있었을 때는 유독 충북지역은 바다에 접한 곳이 없다 하여 통행금지 시간이 없었는데 장호원에서 밤늦게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통금시간이 되면 감곡면으로 넘어가 단속을 피하곤 했다고 한다. 어느 한 마을의 구역에 건립될 경우 갈등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지역갈등은 역기능이 크지만 사회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결속력을 다지는 순기능도 있다. 해서, 양 주민들이 똑같이 조금씩 양보하여 역사위치를 처음의 기본계획대로 두 마을 경계인 22번 군도로 정해 이 역사를 화합의 상징물로 승화시킬 것을 제안하고 싶다.

이천~충주~문경 철도건설 (출처 : 철도공사)


역 명칭은 두 지역 이름을 포함하되 양 지역의 공동 특산물인 복숭아의 품종 ‘햇사래’를 괄호 병기하여 ‘장호원·감곡(햇사래)’이라고 함이 어떨까? (KTX 호남선 천안지역 역사명칭 문제로 4년간의 갈등과 분쟁을 겪다가 ‘천안·아산역’으로 정했고 이어서 ‘천안·아산(온양온천)’으로 변경한 사례가 있다.)

그리고 각각 열리는 5일장을 통합·확대해 화개장터처럼 문화와 스토리를 엮으면 두 마을의 공동브랜드 가치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천안·아산역 설치를 계기로 천안과 아산지역 모두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역사입지 갈등은 아직 중앙정부나 정치권으로 확산되지 않아 다행이다. 지방자치시대에 지역 간 문제는 타율적이기보다는 자율적으로 해결할 때 공동의 이익이 커진다고 한다. 이제 현란한 현수막들을 거둬들이고 양 지역 주민들이 제로섬게임이 아닌 상생의 철학을 갖고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으로써 공공시설 유치를 위한 지역갈등을 가장 모범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기록되고, 비온 후에 땅이 굳어지듯이, 두 마을 간의 화합과 협력이 더 돈독해지기를 기대한다.


이세정 | 경기도 철도물류국 GTX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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