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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그제 기획재정부의 이른바 ‘복지공약 평가’ 발표를 공직선거법 9조(중립의무) 위반으로 결정하고 경고키로 했다. 선관위는 “선거를 불과 7일 앞두고 재정부가 특정 부문의 선거공약에 대해 소요 예산이 과다하다는 점만 부각시켜 공표한 행위는 유권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선거 결과를 왜곡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에는 선거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편파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행동을 최대한 자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 결정은 재정부의 행동이 선거법을 위반해 복지 공약을 많이 내건 야당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이 같은 공직선거법 9조의 취지를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선관위는 이미 재정부의 복지 태스크포스 회의에 앞서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회의를 열지 말도록 제동을 건 바 있다. 그런데도 재정부가 회의를 강행해 ‘평가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의도적인 선거개입이란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재정부의 복지 공약 평가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제동을 걸었지만 ‘여당 밀어주기’를 겨냥한 또 다른 관권선거 논란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최근 재정부 장·차관들이 이런저런 구실로 지방 중소기업 등 현장 방문 사례가 잦은 것도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재정부의 두 차관은 그제 경기도의 중소기업 사업장과 세종시 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박 장관도 며칠 전 광주지역 중소기업과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해 건의사항 등을 접수했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경인아라뱃길에서 자전거 타기 행사를 하면서 이 지역 새누리당 후보와 동행하고, 경인아라뱃길 건설 당시 후보의 업적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 발언 내용이 후보의 홍보용 보도자료로 활용됐다고 한다.


해당 장·차관들은 물론 이런 행보를 일상적인 현장 점검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의 경우 선거기간 중 오해받을 행동을 자제하고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들의 언행은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과거에도 선거기간 중 정부가 정책 발표 등을 통해 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건국 이래 정부가 나서 선거 중에 공약을 평가한 것은 처음”이라는 선관위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가 선관위 제지도 무시하고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중립의무를 팽개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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