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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별난 야구사랑 때문에 언론에서는 “베이스볼 키드가 프로야구 수장이 되었다”고 평한다. 사실 총재 제안을 수락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에서 동반성장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익공유제가 자리 잡고 있다. 프로스포츠 분야에는 이익공유를 통해 동반성장에 성공한 좋은 모델이 있고 그 적용범위도 확대 추세다.
이익공유와 관련한 논란은 아직 진행형이다. “자본주의 경제원리에 어긋난다”는 비난부터 “국가단위에서 실현한 나라가 없다” “공유할 이익의 측정이 어렵고, 기준도 애매하다”까지 논쟁 지점도 다양하다. (기업 내부의 이익공유와 관련하여)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기업이익은 주주 몫인데 왜 그것을 다른 생산주체와 나눠야 하는가?”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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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간의 이익공유는 대기업이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것의 일부를 협력중소기업에 돌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 진출, 그리고 고용 안정을 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들의 수익률은 9%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3%가 안된다. 갈수록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는 지금 기업생태계 간의 경쟁시대다. 도요타와 현대자동차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도요타+협력업체, 현대자동차+협력업체가 경쟁한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한배에 동승한 운명공동체다. 이대로 생태계의 한 축이 무너지면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익공유는 반시장적 사회주의 발상이 결코 아니다. 이익공유는 1920년대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 태동기 때 처음 도입되어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는 밑바탕이 되었다. 그 후 부분적으로나마 롤스로이스, 크라이슬러, 캐리어 등에서도 실현되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니 샌더스 모두 이익공유가 미국산업 전체에 적용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었다. 그렇다고 미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비난하는 말을 들은 기억은 없다. 우리보다 앞선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공유를 실천해왔다.
프로스포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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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NFL의 이익공유 모델은 미국의 다른 스포츠 리그로도 퍼지고 있다. 빅 마켓 구단과 스몰 마켓 구단 간 격차가 큰 메이저리그(MLB)도 ‘분배’를 늘리는 추세다. 2003년부터 구단 간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한 ‘통합세일’제도를 도입하여, 각 구단수익 일부를 거둬 균등하게 배분하기 시작했다. MLB 산하 30개 구단의 입장료 및 지역방송권료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을 갹출해 모든 구단이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대신 리그사무국이 정한 선수 연봉한도(2018년 1억9700만달러)를 초과한 팀들은 ‘사치세(luxury tax)’를 내야 하며 수익을 분배할 때 할당이 줄어든다. 사치세와 관련해 연봉한도를 2021년까지 조금씩 늘리되, 한도를 넘기면 드래프트에서 많은 불이익이 주어진다. 이런 장치들은 수익이 좋지 않은 비인기 구단의 경쟁력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해서다. 자금 부족이 성적 하락으로 연결돼 만년 하위 팀이 고정되면 흥행부진으로 이어져 리그 전체의 지속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모든 변화에는 양보와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혁신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NFL이나 MLB가 지금의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을 것이다. 리그, 구단, 선수가 동반자 관계를 맺어 성장을 위해 서로 힘쓴 결과 세계적인 부자구단이 되었고, 리그 전체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성공의 비밀은 이익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천한 데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이란 과거와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도 미래에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라 했다. 자본주의의 작동원리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시대나 기술의 진보에 따라 변화한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장점이 아닌가?
이익공유가 자본주의 경제에 맞는지 여부에 언성을 높이기보다 정부나 기업이 대승적 자세로 이런 아이디어를 실천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실천방식이나 적용범위는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우리 현실에 맞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정운찬 |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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