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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임박한 최근 미국의 대북태도가 심상치 않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지난 23일 “올림픽 대화만으론 대단히 중요한 문제들을 다 다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26일 “북한의 술책에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24일 북한 원유공업성 등을 새롭게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현송월이 1박2일간 방남하면서 뉴스의 중심이 되자 백악관의 고위 관료가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의 메시지를 납치(hijack)하는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남북이 2년여 만에 대화의 문을 열어 평창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힘을 모으려는 상황에서 미국이 보이고 있는 태도는 당혹스럽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2월8일 예정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미국의 대북 불신의 근거로 든다. 물론 올림픽 전날 북한이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며 핵무력을 과시하려 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열병식과 핵실험·미사일 발사는 성격이 다르다. 국제사회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북한의 도발로 간주해왔다. 지난해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북한은 일체의 도발을 중단한 상태다. 이 점에 주목하지 않은 채 열병식 자체만을 놓고 도발로 간주하는 것은 과한 일이다. 미국이 올림픽 개회 전후로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 지역에 순환배치하는 것에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점도 함께 놓고 생각해봐야 한다.

올림픽 대화만으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매티스의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누구보다도 문재인 정부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한·미 훈련 재개 전까지 북·미대화를 유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대북 불신이 크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인내를 보여줄 시기다. 올림픽을 고리로 북핵 문제 해결을 모색해 보려고 한국 정부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북한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위협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동맹국을 존중하지 않는 처사다.

북한도 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한 결정에 성의를 보여야 한다. 대대적인 열병식이 가져올 파장을 깊이 고려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가 임계치에 육박해 있음을 인식하고 현명하게 처신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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