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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부대 총기사고, 천안함 폭침, 군부대 내 자살과 의문사…. 끝없이 이어지는 안타까운 생명의 손상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도대체 왜 이 지경까지 되었을까? 우린 병역의무를 ‘신성하다’고 부른다.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헌법적 의무’이기도 하거니와 가족과 이웃, 민족과 국가를 지키는 숭고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 숭고함은 입영대상인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일방향 의무’가 아니다. 국가는 각 가정의 소중한 자녀들을 병역의무 기간 중 안전하고 건강하게 보호하고, 군 복무를 통해 더 자신있고 당당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병사들이 괴롭힘과 학대,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 장병들의 안전과 전투력 향상, 안보체제 확립을 위해 부여한 지휘권과 통제권, 인사권 및 징계권 등이 악용·남용되고, 특수한 군 문화에 적응하기 힘든 특성을 안고 있는 병사들을 잘못 배치하고 방치해 병영갈등이 유발된 것이 근본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병영관리와 안보역량 강화가 아닌, 일신의 안녕과 출세를 위해 권력과 정치권에 줄을 대느라 부패하고 무능한 자들의 득세가 도사리고 있다.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 대통령 부모의 사진을 휴대폰에 걸고 다니고,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정당의 선거운동 조직으로 운용하느라 정신없던 이들이 출세해 왔다. 내란살인죄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 전두환을 육군사관학교 공식행사에 귀빈으로 당당히 모신 이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농간이 아니라면, 총기사고가 발생한 부대마다 어떻게 한결같이 서민 자녀들로 채워져 있고, ‘관심병사’들이 몰려 있는 ‘우연’이 계속 반복될까? 천안함과 참수리호 순직 장병들 역시 그랬고, 힘들고 어렵다는 최전방과 오지 근무자 중 군 장성과 권력자, 정치인들의 자녀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 병역의무를 회피하고 면탈하는 자들 역시 고위 공직자와 부유층에만 몰려있다. ‘국민개병제’를 유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병역의무의 불법 면탈은 국민의 ‘평등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헌법적 범죄다. 입대한다 하더라도 군 내 권력자의 농간으로 불평등한 보직과 근무지 배치가 이루어진다면,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범죄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사이버사령부 댓글의혹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번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사고의 원인이 ‘전방근무 병사의 부족’으로 인한 ‘관심병사’ 등급 변경과 배치라고 한다. 심신이 건강하고 가정환경이 좋은, 그래서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인 전방근무를 잘 해낼 수 있는 ‘양질의 자원’들이 모두 이런저런 배경과 연줄을 동원해 대체복무와 후방으로 도망가 있는 상황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군은 그동안 ‘의무복무제로 인해 입영대상자가 너무 많다’며 다양한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사람이 부족해 전방근무 부적합자를 전방에 배치할 수밖에 없고, 장기간 교대없이 전방에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현재의 야당 역시 군이 이렇게 썩어 문드러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무현 정권 첫 내각의 20%와 그들의 아들 9.5%가 병역면제자였다. 이명박 정권, 박근혜 정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군 인사의 지역편중을 해소했을진 모르지만, 군 내 비리와 불합리, 무능의 근본 문제는 해결하지 않았다. 집권당과 상관없이 ‘정치 군인’들이 권력자들과 여론주도층 자녀의 ‘병역 편의’를 조건으로 사익을 도모해 온 정황이 줄곧 이어져 왔다. 총기난사한 병사 한 사람을 괴물로 만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더 이상은 안된다. 정치군인들을 모두 찾아내 철저히 벌하고 다시는 이런 사람들이 군을 장악해 망치지 않게 해야 병사들이 허무하고 무의미한 죽음과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문제다. 정치색과 이념을 떠나 국민의 관심과 힘으로 반드시 고쳐야 한다.
표창원 | 범죄과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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