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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누군가를 웃길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아무래도 저는 천상 개그우먼인 것 같네요.”
‘천상 개그우먼’의 뜻은 뭘까. 아마도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타고난 개그우먼’이라는 뜻으로 말했을 것이다. ‘천상 선생님’ ‘천상 농사꾼’ ‘천상 여자’ 등 어떤 단어 앞에 ‘천상’을 붙여 ‘태어날 때부터 지닌 본래 바탕이 딱 그렇다’라는 의미로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런 경우 ‘천상’이 아니라 ‘천생’으로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천생(天生)’을 ‘태어날 때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런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천생 개그우먼’이라고 해야 ‘타고난 개그우먼’, 즉 개그우먼의 능력을 타고났다는 의미가 된다.
개그우먼 안영미 (경향신문DB)
또한 ‘천생’은 ‘이미 정하여진 것처럼 어쩔 수 없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아무도 갈 사람이 없다면 천생 내가 가야겠구나”처럼 쓴다.
그러면 ‘천상’은 비표준어일까. 그렇지는 않다. 단지 의미가 다를 뿐이다. 한자로는 天上으로 쓴다. 글자 그대로 하늘 위를 뜻한다. “천상의 목소리로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조수미의 명성답게 콘서트장은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에서 ‘천상의 목소리’는 제대로 쓰인 것이다. 하늘 위에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 즉 신이 내린 목소리란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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