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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달 초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3개 대학 학생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모두 4만3000여명의 학생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
홍대·경희대… 빛나는 집단지성
그러나 세상에 바뀌지 않는 것은 없다. 변화의 단서는 늘 작은 데서 생겨나고, 때로는 역설에서 비롯한다.
‘#1’을 ‘#2’ ‘#3’으로 바꿔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홍대 총학생회다. 사실 그들은 잘못한 게 없다. 청소노동자들과 적극 연대하려 한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징계 압박을 받는 현실이 문제다.
아니, 징계도 작은 족쇄에 불과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족쇄들이 있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일하고 싶은 기업은 대부분 ‘노동(노조) 친화적’ 신입사원을 싫어한다. 이들은 그들을 ‘불온’하다고 본다. 용기 내어 짱돌을 들었다가도 슬그머니 내려놓게 되는 이유다.
비록 인상액은 높지 않지만, 앞서 협상을 타결한 홍대 노동자들의 시급(4450원)보다 150원 많은 금액이다. 노동계에선 홍대 쟁의가 이대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리의 쾌감은 중독적이다. 이겨본 사람은 또 다른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인문학자 엄기호는 덕성여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학생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쓴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이야기했다. “학생들과 수업을 계속하면서 나는 ‘집단지성’을 신뢰하게 되었다. 리포트를 읽다 보면 그 안에서 부처도 발견하고 예수도 발견하고 또 칸트나 하이데거, 혹은 푸코도 발견하게 된다. 선생의 역할은 그들에게 그러한 능력이 이미 있음을 일깨워주고 북돋워주며 개념적 사유가 가진 짜릿함을 만끽하게 하는 것이지 그들의 무지를 질타하는 것이 아니다.”
옳다고 믿거든 소리 높여 외쳐라
젊은이들의 빛나는 집단지성은 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의 서명 현장에서, 6년 만에 열린 경희대 전체 학생총회에서 발현되었을 것이다. 서명대 앞에서, 노천극장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선생이 되었을 터. 청춘은 이렇게 배우고, 자란다. 일단 성장이 시작되면? 그땐 아무도 못 말린다. 빛의 속도로 앞만 보고 나아갈 테니까.
청춘이 싫어할 훈수 한마디. 화가 나거든 참지 말라. 옳다고 믿거든 소리 높여 외쳐라. 꼭 짱돌을 들 필요는 없으나, 벗의 손을 잡아라. 당신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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